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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빛그림 축제’ – 빛그림, 찰나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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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수집하는 것은 세계를 수집하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것은 사진에 찍힌 대상을 전유하는 것이다”

사진학의 고전으로 굳어버린 수전 손택(Susan Sontag)의 ‘사진에 관하여’라는 책의 서두에 나오는 말입니다. 1839년 사진이 발명된 이래 모든 사물은 사진기 속에 담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전문가들만 향유할 수 있었던 사진을, 이제는 누구나 쉽게 찍고 담을 수 있게 됐습니다. 수전 손택의 말처럼 누구나 자신의 취향을, 세계를 수집할 수 있게 된 거죠.

갑자기 웬 사진 이야기냐고요? 최근 사진이라는 용어를 ‘빛그림(빛을 그린 그림)’으로 재정의하고,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수원 빛그림축제>가 열렸다고 해 찾아가봤기 때문입니다. 먼저 왜 사진을 빛그림으로 재정의했는지 알아봐야겠죠?

왜 빛그림인가?

‘사진은 [     ]이 없으면 안 된다’에서 빈칸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요?

추측하셨겠지만,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빛’입니다. 어떤 유명 사진작가는 사진을 찍기 전, 사진을 찍으려는 장소에서 여러 날 머무른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피사체와 빛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사진에서 빛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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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빛을 받아들이는 기능이 뛰어난 카메라일수록 가격은 천정부지로 뜁니다. 이제 ‘사진=빛을 그려내는 예술=빛그림’이라는 개념이 확실히 이해되시죠?

그럼 본격적으로 해움미술관 빛그림 작품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풍경의 해석전> 둘러보기

<수원 빛그림축제>는 수원 지역에 위치한 여덟 곳의 갤러리에서 진행됐습니다. 그 중 해움미술관은 <풍경의 해석전>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사진 예술의 주류로 꼽히고 있는 풍경 빛그림 작품, 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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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이정휘 <Memory> / 최수완 <사색>

전시장에 둘러서니 먼저 봄과 가을이 물씬 풍기는 빛그림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왼쪽 유채꽃 작품은 우리가 흔히 보던 꽃 사진과는 조금 다릅니다. 초점을 완전 뒤쪽으로 맞춰 꽃밭 앞부분이 흐릿하게 보입니다. 덕분에 무척 감성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이 들죠. 이 작품의 이름이 유채꽃이 아닌 ‘Memory’인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른쪽엔 단풍잎이 자욱한 길을 찍은 빛그림이 보이네요. 남이섬 풍경 같기도 한데요. 풍경 속 중절모를 쓴 인물에 집중하게 되는 이 작품. 남자는 벤치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저도 모르게 감정 이입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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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한정구 <고궁의 달밤> / 최종엽 <서울의 밤>

전시회 중앙으로 이동하니 고궁, 도시의 야경 빛그림이 준비돼 있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야경사진이라고 하면 빛이 부족해 어두운 사진, 많은 흔들림으로 뭉개진 사진이 떠오를 만큼 찍기 힘든 것이 야경사진인데요. 하지만 잘만 찍는다면 그 어떤 사진보다 화려하고, 임펙트 있게 표현할 수 있죠. 위 두 작품 역시 적은 빛을 이용해 멋진 야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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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무승철 <자연의 섭리> / 김양순 <이미지>

옆으로 이동하니 이번엔 조금 섬세해 보이는 빛그림이 등장했습니다.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 끄는 방법으로 강렬한 색을 이용하거나 선을 이용해 멋진 구도를 만들어내는 등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이 작품은 ‘질감’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질감을 잘 살려낸 작품은 디테일 하나 하나가 살아있고, 마치 사물을 직접 대하고 있는 듯 오감이 살아나는 느낌이 들지요. 빛그림 속 질감에서 느껴지는 ‘소리’를 떠올려보세요. 왼쪽 빛그림은 까만 밤 휘몰아치는 파도 소리가, 오른쪽 빛그림은 평화롭게 흘러가는 물결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물’이라는 같은 소재로 이렇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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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동 <사미사>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빛그림은 조금 특이합니다. 3 분할로 나뉘어 마치 SNS 사진첩 같은 느낌을 주지요. 그래서 디지털 세대인 우리에게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단 사진은 원본에 독특한 필터를 적용해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 작품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최근 스마트기기에는 Analog Film 시리즈, VSCO 등 다양한 필터앱이 출시돼 원본과 다른, 특색 있는 사진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요. 전시회에서나 볼 수 있는 작품 사진들도 시대에 발맞춰 역으로 변화하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

여기서 잠깐! 풍경 사진 속 빛을 정복해보자!

풍경 사진 속에서 빛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빛만 제대로 정복해도, 자신이 의도한 바대로 사진을 찍기 더욱 수월해지는데요. 사진 초보자도 실력을 ‘업’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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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순광

피사체가 정면으로 빛을 받고 있을 때의 빛을 ‘순광’ 또는 ‘정면광’이라고 합니다. 순광의 특징은 전체적으로 빛이 균일하게 비치기 때문에 피사체가 명확하게 촬영된다는 점입니다. 초보자가 찍기 쉽고, 일반적인 촬영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빛입니다. 달력 사진을 떠올려보시면 이해가 쉬우실 텐데요. 피사체가 가장 명확하게 표현되지만, 사진에서 딱히 감성적인 느낌을 받을 순 없습니다.

2. 사광

피사체의 약 45도 앞에서 비추는 빛을 의미합니다. 이 각도의 빛은 적당한 그림자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입체감 있는 사진 촬영이 가능합니다. 특히 사광은 일출과 일몰 때 더욱 효과적입니다. 피사체를 잘 보여주면서도, 분위기 있는 사진을 연출해줍니다.

3. 역광

피사체 뒤에서 비추는 빛입니다. 가장 다루기 어렵지만, 역광을 잘 이용하면 ‘감성 끝판왕’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역광 사진은 주로 일출, 일몰 시각에 많이 찍습니다.

4. 그림자

마지막은 그림자입니다! 그림자가 사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니 놀랍죠?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모델이 없어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그림자 사진을 이용하면 좋은데요. ‘사물의 윤곽’을 뚜렷이 보여줄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자 사진은 그림자 길이가 길어진 오후에 찍으면 더욱 좋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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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스마트폰에 장착된 카메라 하나로 누구나 손쉽게 사진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카메라 수동 조작 모드, 광각 기능까지 지원되는 스마트폰도 속속 출시되고 있고요. 여러분도 묵혀있던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들고 매일 보던 일상 풍경을 멋지게 담아보는 건 어떨까요? 😀

<수원 빛그림 축제 – 풍경의 해석전>

기간: 2016.12.01~2016.12.14

공식 홈페이지: http://www.pasafuture.com/

위치: 경기도 문화의 전당 빛나는 갤러리(개막식) 및 8개 전시장

* 풍경의 해석전의 경우 해움 전시관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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