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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와 사랑에 빠진 럭셔리카

글: 서울경제 이종혁 기자

OLED 디스플레이는 광범위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TV와 모바일 기기는 물론 자동차, 헬스케어, 전투기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죠. 그 중에서도 자동차, 특히 최고 사양의 럭셔리카에도 OLED가 사용됩니다. 오늘은 자동차에 사용되는 OLED에 대해, 서울경제신문 이종혁 기자의 기고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OLED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를 보셨다면 주인공이 자율주행차들이 질주하는 도로에서 아찔한 곡예를 펼치는 장면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사람들은 자율주행차를 ‘운전’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달리는 차 안에서 웃고 떠들고, 책을 읽고 TV를 보며 ‘생활’하죠. 디터 체체 다임러 회장이 말했듯 자율주행 시대의 차량은 운송수단이 아니라 이동하는 거주공간인 셈입니다.

자동차의 정의(定義)가 달라지면 디자인이 바뀝니다. 운전대·페달처럼 운전을 위한 장치들의 비중은 축소됩니다. 반대로 디스플레이의 비중은 늘어납니다. 지금은 계기판이나 센터페시아 등에만 제한적으로 디스플레이가 쓰인다면 앞으로는 차 안에서 터치 하나로 각종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대시보드, 뒷좌석에도 디스플레이가 확산될 것입니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계기판을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구성하는 디자인도 속속 등장하고 있죠. 차량 전면의 창에 주행상태와 간이 네비게이션을 표시하는 HUD(Head Up Display)도 빼놓을 수 없죠.

자유로운 디자인과 화질이 뛰어난 것이 OLED의 매력

이렇게 디스플레이가 차량 내 다양한 공간에 배치되기 위해서는 원형, 커브드 등으로 자유롭게 변형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얇으면서도 더욱 선명한 색상, 높은 명암비를 갖춘 패널이 필요하겠죠. 전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변형이 어렵고 백라이트가 필요한 액정표시장치(LCD) 대신 패널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그중에서도 유연한 플라스틱 OLED(POLED)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내로라 하는 명품 완성차들은 이미 앞다퉈 OLED 패널을 채택한 미래 지향적 컨셉트카를 내놓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i_Kze2pjCw

▲ 폭스바겐의 미래형 컨셉트카 ‘세드릭(Sedric)’이 도심을 주행하는 모습 <출처: GEARshift Tv 유튜브>

경쟁적으로 OLED 도입하는 자동차 업계

폭스바겐그룹은 올해 3월 열린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자율주행 컨셉트카 ‘세드릭’을 선보였습니다. 운전석이 아예 없는 이 4인승 차량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승객의 위치를 파악해 찾아오며 탑승 후에는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승객이 내리면 세드릭은 스스로 주차공간을 찾거나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세드릭은 바람막이창(윈드실드) 전체가 OLED 디스플레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거대한 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승객들은 차량과 ‘소통’하거나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죠. 폭스바겐은 “세드릭은 바퀴달린 라운지이자 폭스바겐 미래차의 ‘아버지’격”이라 설명합니다. 폭스바겐은 앞서 2015년에도 O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세단형 자율주행 컨셉트카 ‘제아’를 발표했었습니다.

▲벤틀리의 순수 전기차(EV) 컨셉트카 ‘EXP 12 스피드 6e’ 내부 모습 <출처: 벤틀리 유튜브>

폭스바겐 산하 영국 럭셔리카 브랜드인 벤틀리가 내놓은 순수 전기차(EV) 컨셉트카인 ‘EXP 12 스피드 6e(이하 EXP)’도 주목할 만합니다. 2인승 컨버터블 형태인 EXP는 1회 충전에 300마일(약 482km) 넘게 주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무선 충전 기술의 일종인 고속 자기유도 충전방식을 채택했습니다.

EXP의 실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센터페시아에 탑재된 고화질 OLED 디스플레이입니다. 운전자는 커브드 모양의 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내비게이션, 엔터테인먼트, 온도 조절 같은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벤틀리는 디스플레이 제조사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완성차 업계 사람들은 국내 업체중 하나일 것으로 봅니다.

OLED와 사랑에 빠진 럭셔리카
캐딜락의 럭셔리 세단 컨셉트카 ‘에스칼라(Escala)’(위)와 내부 모습. <출처: 캐딜락 홈페이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산하 고급 브랜드인 캐딜락도 지난해 공개한 럭셔리 세단 콘셉트카 ‘에스칼라(Escala)’에 OLED 스크린을 달았습니다. ‘장엄한 규모’를 뜻하는 스페인어에서 이름을 가져온 캐딜락 에스칼라는 향후 출시되는 캐딜락의 디자인 방향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합니다. 에스칼라에 탑재된 세 개의 커브드 OLED 스크린은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기능을 하죠.

이밖에 BMW·아우디·메르세데스-벤츠처럼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세계 최고 명차들도 OLED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미래 컨셉트 디자인을 선보인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부터 OLED 스크린이 내장된 명차들을 실제 도로에서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죠.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과 내구성ㆍ수명 등 우려사항 극복해야

하지만 보수적인 자동차 업계에서는 LCD와 비교하면 여전히 비싼 OLED 디스플레이의 가격과 성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내구성과 고온에 견디는 능력, 수명이 아직 만족스럽지 못해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의 본격적인 탑재는 2~3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죠. 실제로 OLED는 자동차가 요구하는 가혹한 환경에서 장시간 구동될 경우 발광 소자 가운데 일부가 열화(劣化·번인)해 화면에 얼룩이 진 것 같은 잔상을 남길 때도 있죠. 그래서 OLED는 아직까지 자동차 디스플레이 대신 자동차 조명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태크나비오가 최근에 내놓은 전망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조명 시장은 올해부터 연평균 17%씩 급성장을 거듭해 오는 2021년이면 1,090만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차량용 조명의 비중이 82%로 대다수를 차지할 거라 하네요. 모터쇼가 아니라 일상에서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서 OLED 스크린을 보려면 좀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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