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8일, 여의도 LG디스플레이 본사에서 <Retailer Landscape: 옴니채널로의 진화>라는 주제로 이슈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시장조사 전문업체 GfK의 갈원근 부장께서 맡아주셨는데요. 유통업계의 새 물결로 떠오르고 있는 ‘옴니채널’이란 무엇인지, 앞으로 소비 패턴이 어떻게 변해갈지 예측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를 허물다, ‘옴니채널’
‘옴니채널(Omni-Channel)’이란 ‘모든 것, 모든 방식’을 뜻하는 접두사 ‘옴니(Omni)’와 ‘유통경로’를 의미하는 ‘채널(Channel)’의 합성어로, 소비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채널의 장점만을 활용해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옴니채널은 과거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싱글채널(Single Channel)’과 온라인몰, 홈쇼핑,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모바일 쇼핑 등의 ‘멀티채널(Multi-Channel)’보다 한층 진화된 개념인데요. 한마디로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뤄 고객의 소비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이러한 옴니채널을 활용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확인한 다음,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저가로 구입하는 ‘쇼루밍(Showrooming)’입니다. 반대로 온라인으로 제품을 미리 알아보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구입하는 ‘역쇼루밍(Reverse-Showrooming)’이 있죠. 이 밖에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보고 모바일 기기로 즉시 구입하는 ‘모루밍(Mobile +Showrooming)’ 등 다양한 옴니채널 활용방식이 존재합니다.
옴니채널, ‘이것’만 기억하라!
다음은 갈원근 부장이 말하는 옴니채널의 네 가지 핵심 키워드입니다.
1. 편리성(Convenience)
디지털 시대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편리성’을 매우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상품을 구매할 때 복잡하거나 불편하면 더 이상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최근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2. 모바일 소통(Mobile Communication)
옴니채널을 가능하게 만든 핵심 채널은 바로 ‘모바일’입니다. 모바일은 타 매체 대비 소비자들의 이용시간이 높을 뿐만 아니라 옴니채널을 형성하는데 필수적인 휴대성과 접근성, 개인 맞춤성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모바일의 위치 기반 서비스(LBS, Location Based Service)를 바탕으로 사용자 근처에 있는 매장 정보나 행사 소식을 받아봤던 경험이나, 해당 브랜드의 각종 세일 및 이벤트 정보를 주기적으로 알려주는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기능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쉬울 텐데요. 이처럼 모바일을 활용한 옴니채널 서비스는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3. 가격 경쟁력(Price Competition)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가격 격차가 줄어들면서 가격 경쟁력의 중요도는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옴니채널 시대에는 상품의 가격을 무조건 낮추기보다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 개개인에 맞는 쿠폰이나 할인 정보 등을 제공하는 것이 유리하겠죠?
4.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판매 채널(Seamless Multi-Channel Retailing)
시장분석기관 콜맨팍스 리서치(CPR, Coleman Parkes Research)에 따르면, 소비자의 88%가 물건을 구입할 때 다수의 유통채널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옴니채널은 각 유통 채널을 결합해 일관된 쇼핑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는 채널 구분 없이 동일한 매장을 이용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옴니채널이 불러온 유통 혁신
이렇듯 개개인에 최적화된 소비구조가 낳은 옴니채널은 유통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3년부터 온·오프라인 통합 매장을 시행한 영국의 ‘존 루이스(John Lewis)’ 백화점입니다.
존 루이스 백화점은 매장 곳곳에 인터랙티브 스크린(Interactive Screen)을 설치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검색하거나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화면에서 원하는 옷을 고르면 옷을 입은 모습을 가상으로 보여주는 ‘Style Me’ 서비스를 선보여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고객 편의성을 높인 사례로 큰 주목을 받았죠.
미국의 월마트(Wal-Mart)는 제품에 부착된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그 자리에서 즉시 결제할 수 있는 ‘스캔앤고(Scan and Go)’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소비자는 계산대에 길게 줄을 설 필요 없이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매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버버리(Burberry)’도 글로벌 옴니채널의 선도기업으로 꼽힙니다. 버버리는 지난 2013년 온라인 사이트에 S/S 컬렉션 런웨이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한 뒤, 모델이 입고 나온 의상을 사이트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여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또한 버버리는 매장 내에서 아이패드를 통해 전 세계 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주는 고객응대 서비스를 시행했으며,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칩이 부착된 제품을 만지면 거울에 관련 동영상을 보여주는 체험형 서비스도 제공했습니다.
해외 유통업계만 옴니채널에 주력하는 것은 아닙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기존의 종이 책자 대신 전자 쿠폰북을 스마트폰으로 발행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죠. 또 온라인몰인 롯데닷컴에서 구입한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찾아갈 수 있는 ‘스마트픽(Smart Pick)’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옴니채널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소비 패턴의 변화로 시작된 옴니채널 서비스는 소비자의 삶에 침투해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유통 환경 속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공략하려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험 정신’과 이를 빠르게 필드에 적용하는 ‘스피드’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