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노멀(Super Normal)’이란 용어를 아시나요? 일반적인 의미로는 ‘통상적(보통)이 아닌’, ‘평균을 초월한’, ‘비범한’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슈퍼 노멀’은 최근 유명 자동차 광고 카피와 어느 프로야구 선수의 별명으로 오르내리며 대중들에게 점차 친숙한 개념이 되고 있는데요.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이 단어가 요즘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슈퍼 노멀(Super Normal)’, 그게 뭐예요?
‘평범함(Normal)’과 ‘특별함(Super)’이라는 상반된 개념의 이 조합은 원래 제품 디자인을 찾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디자인 서적<Super Normal(부제:평범함 속에 숨겨진 감동)>의 저자이자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50회 이상 수상한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후카사와 나오토는 “과도하거나 눈길만을 끌려는 디자인보다 제품의 본질에 충실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결국 ‘슈퍼 노멀’과 통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지요.
따라서 디자인의 역할이 무척이나 강조되는 요즘 시대에 ‘슈퍼 노멀’이 갖는 진정한 의미는 거추장스러운 장식 대신 ‘평범하지만 본질에 충실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일례로 ‘디자인적으로 불필요한 부분은 최대한 생략한 합리화가 오히려 물건 본래의 매력을 빛낼 수 있다’는 발상으로 제품의 디자인보다는 용도, 기능과 같은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일본의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無印良品)’을 들 수 있습니다.
‘브랜드 후광’은 이제 안녕~ 기능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슈퍼 노멀’
어떻게 보면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특별한 것이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슈퍼 노멀은 ‘가성비’와 연관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저성장 기조에 따른 불황을 체감한 소비자들이 보여주기 위한 ‘과시적 소비’보다는 실리를 따지는 ‘합리적 소비’를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웬만한 식사값과 맞먹는 커피 프랜차이즈의 고급커피 대신 천 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값비싼 명품 의류 대신 적당한 가격에 품질 좋기로 유명한 SPA브랜드(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와 유통업체가 만든 노브랜드(No-Brand) 제품의 구매 비중이 늘어나는 등 싸고 질 좋은 물건과 서비스의 시대가 온 것이죠.
힘을 내요 슈퍼 노멀~♬ IT업계도 슈퍼 노멀 시대!
슈퍼 노멀 바람은 IT 분야에도 불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단연 스마트폰 시장인데요. 그 이유는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소비자가 지급받을 수 있는 공시지원금(보조금) 상한선이 제한되어, 일명 ‘프리미엄폰’이라 불리는 고가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강화하며 ‘실속형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데요. LG전자도 보급형 스마트폰인 ‘아카(AKA)’와 ‘클래스(Class)’에 이어 최근 <CES 2016>에서 K7, K10 시리즈를 선보이며 중저가폰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TV는 어떨까요? 몇 년 전부터 한창 ‘디자인’ 전쟁을 벌이더니 올해 열린 <CES 2016>에서는 HDR(High Dynamic Range) 등 TV 본연의 기능인 ‘화질’을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업체가 많았습니다. 부가기능을 최대한 배제하고 디스플레이 기능에 충실한 반값TV 공세도 여전하고요. 뿐만 아니라 애플이 프리미엄 이미지로 팬덤(fandom)을 얻었다면, 중국의 샤오미는 ‘가성비’를 내세우며 실속형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이 단지 어려운 경제상황, 저성장 구조에서 가계 비용절감 차원만은 아닐 것입니다. 남들보다 특별하고 차별화에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지친 현대인들이,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형성된 평범함의 가치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특별하게 보이도록 만들기 위한 방법이 다양해 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요.
꾸민 듯 안 꾸민 듯, 은은하게 자신만의 가치를 뽐내며 변방에서 중심으로 자리잡은 ‘슈퍼 노멀’. 이유야 어쨌든 올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트렌드임은 분명한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