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필진의 글은 LG디스플레이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동아사이언스 전승민 기자
일러스트: 한상엽
원고 및 이미지 출처: LG디스플레이 사보 GOO:D
언제 어디서나 눈앞에서 완전한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세상, 귀찮게 3D 안경을 쓰지 않아도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생생한 영상을 실물 그대로 볼 수 있는 세상이 있다면 상상되시나요?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홀로그램’인데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완전한 홀로그램 기술이 실용화를 점칠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입체영상에 대한 대중의 흥미
디스플레이 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전해, TV 수상기 발명 이후 색감과 해상도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디스플레이 장치 속에서만 표시되는 평면영상일 뿐인데요. 2009년 영화 <아바타>가 3D 입체영상을 무기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입체영상 붐이 일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입체영상에 대한 대중의 흥미가 높아졌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인 일이었지만, 기술 자체는 사실 1980년대부터 존재해왔던 것입니다.
이때 당시 기술은 두 눈의 시점 차를 이용해 시청자가 입체영상을 보고 있다는 착각을 줄 뿐, 사실상 완전한 입체영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방식은 사람이 두 눈동자 각도 차이로 입체감을 느낀다는 데 착안한 것인데, 눈동자의 각도가 보통 사람의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사람의 경우는 두통, 멀미 등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완벽한 3D 홀로그램 기술
반면, 홀로그램 기술은 완전한 입체영상을 허공에 구현해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사라집니다. 현재까지 완전한 홀로그램을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하는 것인데요. 여러 줄기의 레이저 광선을 허공에 쏘면, 그 빛들이 겹쳐지는 곳에서 생기는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해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해상도를 높이기 어렵고, 주변 전체가 밝게 빛나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입체영상 자체가 흐릿해지는 문제가 있는데요. 이 때문에 영상의 원 소스가 되는 2D 디스플레이의 화질을 극한까지 생생하게 구현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은 빛으로도 생생한 홀로그램을 볼 수 있는, 빛의 간섭 현상을 최대한 늘리는 방법도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빛의 간섭 현상이 아니라, 투명한 막 등에 빛을 투영해 입체영상을 만드는 ‘유사 홀로그램 기술’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최근 스마트폰 모니터 위에 아크릴판 등으로 간이 투영막을 만들어 올려주면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방식의 유사 홀로그램이 개발되기도 했는데요. 이 방법을 응용해 얇고 투명한 천 등에 영상을 쏘아 홀로그램을 만들어 무대장치 등에 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벌써 기존 디스플레이 시장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는 홀로그램 기술! 앞으로 완전히 실용화를 이루게 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요?
1. 장거리 연애도 문제없다
L씨는 장거리 연애 중인 여자친구와 오늘 밤 식사를 즐기기로 했다. 이때를 대비해 비싼 돈을 들여 방 하나를 홀로그램룸으로 꾸몄다. 작은 식탁을 가져다 두고,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고 의자에 앉은 L씨. 약속 시각에 홀로그램 시스템을 켜자 여자친구의 모습이 식탁 바로 맞은 편에 생생하게 나타난다. 사방에 설치된 8개의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그의 모습을 촬영해 입체영상으로 바꿔 전송하고, 마찬가지로 여자친구의 모습도 생생하게 전달돼 눈 앞에 펼쳐진다. L씨는 그렇게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눈앞의 여자친구와 즐겁게 대화를 나눈다.
2. 홀로그램관에선 공연도 ok
G씨는 오늘 업무에 밀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뮤지컬 관람을 하기로 했다. 비싼 가격의 진짜 뮤지컬 관람은 포기. 그녀가 찾은 곳은 홀로그램 뮤지컬 극장이다. 최근 이런 형태의 극장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극장 세트는 그대로. 눈으로 보기엔 진짜 배우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지만, 사실상 배우들은 대부분 홀로그램으로 허공에 그려진 입체영상이다. 더구나 가장 연기의 완성도가 높은 역대 최고의 공연을 엄선해 보여주니 완성도도 높은 편이다. 그렇게 G씨는 배우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즐겁게 뮤지컬 관람을 할 수 있었다.
3. 홀로그램룸에서 생생한 영상통화
야근을 마치고 집에 퇴근하던 L씨는 지방에 거주하는 부모에게서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받았다. 이따 저녁 8시에 영상통화를 하고 싶다는 내용. 홀로그램 장치가 실용화된 이후 영상통화를 하기 전엔 사전에 약속하는 것이 매너가 됐다. 갑작스럽게 생생한 홀로그램 영상통화를 요구받으면 난감한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녁 8시. 이왕이면 부모와 제대로 통화를 하고 싶어 스마트폰에 붙은 간이 홀로그램 기능은 꺼버리고, 홀로그램룸에 들어가 스마트폰을 벽에 꽂아 넣는다. 통화가 시작되자 부모는 스마트폰으로 전해지는 아들의 생생한 모습을 보며 기뻐한다.
4. 업무를 할 때도 홀로그램 영상장치 활용
L씨의 직업은 자동차 디자이너다. 그의 책상에는 업무용 홀로그램 영상장치가 붙어 있다. 새롭게 개발 중인 신형 자동차의 디자인이 책상 위 허공에 떠 있다. 그는 홀로그램 수정 펜을 들고 열심히 디자인을 가다듬고 있다. 이때 디자인 실장이 조언을 해준다. “모양은 지금이 더 예쁘겠지만, 트렁크 쪽을 3mm만 더 올리면 기능적으로 한결 더 유리해질 것 같다”고. 실장의 조언을 들어 즉시 디자인을 수정해본다. 홀로그램 영상장치 덕분에 요즘은 디자인이 한층 즐겁다. 모니터 속에서 일일이 자동차 디자인을 사진으로만 그리던 10여 년 전을 생각하니 격세지감도 느껴진다.
5. 홀로그램 영화로 전지적 관찰 시점 가능
G씨는 최근 개봉한 홀로그램 영화를 보는 것이 퇴근 후 큰 즐거움이다. 요즘 개봉하는 영화는 대부분 2가지 시청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하나는 평범한 2D 영상이고, 다른 하나는 홀로그램룸에서 볼 수 있는 완전한 입체영상이다. 이 상태로 영화를 보면 영화 속 주인공이 하는 대사를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 같은 영화라도 시청하는 위치가 바뀌면 시점이 바뀌니 여러 번 반복해서 봐도 지겹지 않다. 마치 영화의 등장인물이 된 듯한 느낌이다. 물론 3D 입체 안경 같은 것을 쓸 필요도 없다.
6. 위험한 연구는 옛말, 과학자들도 신바람
G씨는 복잡한 땅속 구조를 연구하는 지질학 분야 전문가다. 일일이 수학 공식을 적용하며 사진과 그림으로만 지질구조를 예측하던 옛날과 달리, 그녀는 최근 연구소에 도입된 홀로그램 장치 덕분에 정말 편하게 연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장치는 지질조사 데이터를 넣으면 복잡한 땅속 구조를 그대로 재현해 보여준다. 최근에는 동해 바닷속 수천m 깊이의 해저 지형을 연구 중인데, 홀로그램으로 영상을 띄우니 마치 굴착기로 직접 땅속을 파고 들어가 두 눈으로 살펴보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달 말 학회에서 홀로그램 영상을 첨부해 새 논문을 발표할 생각을 하니 벌써 미소가 지어지는 그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