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필진의 글은 LG디스플레이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서울경제 이종혁 기자
1989년 등장한 최초의 플립폰인 ‘모토로라 마이크로택 9800X’는 번호를 한 줄 표시할 수 있는 작은 스크린이 있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LG전자의 V30처럼 디스플레이가 전면을 꽉 채우다시피 한 2017년의 최신 스마트폰은 상상조차 못 했을 겁니다. 모바일 디스플레이는 30년도 안 돼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를 겪은 것이죠.
하지만 또 다른 상전벽해를 향한 변화는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이미 개봉 초읽기에 들어간 접는(foldable, 폴더블) 스마트폰부터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까지 변화의 방향은 무궁무진합니다. 그중 어떤 기술이 먼저 상용화에 성공할지, 소비자가 무엇을 선택할지에 따라 변화를 주도하는 승자도 가려지겠죠. ‘세계적 표준을 세우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 그대로입니다.
대대익선(大大益善), 더 큰 화면을 향한 디스플레이의 진화
모바일 디스플레이의 변화를 추동하는 가장 큰 동력은 디스플레이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믿음입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는 통신 수단일 뿐 아니라 게임기이자 PC이고 TV이며 전자책이기도 합니다. 휴대하기 좋으면서도 화면은 커야 한다는, 양립하기 어려운 요구를 절묘하게 충족하려면 결국 디스플레이가 커져야 합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면적이 곧 디스플레이 면적이 돼버린 지금 스크린을 더 키우려면 접거나 구부릴 수 있는 스마트폰이 거의 유일한 답안이겠죠.
정보기술(IT) 업계와 언론은 폴더블 폰이 조만간 소비자들 손에 놓일 것으로 전망합니다. 접거나 구부리고, 말 수도 있는 플렉시블(flexible, 유연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모바일 디스플레이로 적극적으로 채택되면서 폴더블 폰의 등장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이 커진 겁니다.
HDR로 크기뿐 아니라 화질까지!
폴더블 폰처럼 떠들썩하진 않지만, 화질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탐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중 모바일 하이다이나믹레인지(High Dynamic Range, HDR) 기술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데요. HDR은 표현할 수 있는 밝기의 범위를 확장해 밝은 것은 더욱 밝게, 어두운 것은 더욱 어둡게 보여주는 기술입니다. 현재 일반적인 디지털 이미지의 대비(가장 밝은 점과 가장 어두운 점의 밝기 비율)는 1,000 대 1 정도로 1만대 1부터 100 만 대 1의 대비까지 인식할 수 있는 인간의 눈에 비교해 밝기의 세밀함이 부족합니다. HDR은 이를 극복해 인간이 실제 물건을 눈으로 보는 것 같은 영상을 구현하는 게 목표죠.
<관련 포스팅>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기업들은 HDR 포맷으로 기록된 영상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LG V30, G6나 삼성 갤럭시S8, 노트8, 소니 엑스페리아XZ1 등 몇몇 최신 스마트폰은 현재 HDR 지원이 된다고 합니다. 다만, IT 업계에서는 완벽한 HD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장비가 없다는 점에서 HDR 콘텐츠의 대량 유통을 논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3D와 홀로그램을 지원하는 미래의 스마트폰
폴더블 폰보다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미래 디스플레이는 홀로그램입니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주인공들이 홀로그램 송, 수신기를 이용해 원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는 특수안경 같은 별도 기기 없이 스마트 기기에서 3차원(3D) 디지털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죠. LG전자와 HTC가 무(無) 안경 3D 폰을 내놓은 적이 있었고 닌텐도, 아마존 등도 시도한 적 있습니다.
▲ 美 카메라업체 RED가 공개한 무안경 3D 스마트폰 ‘하이드로겐원’의 모습
(동영상 출처: Marques Brownlee 유튜브)
최근에는 영화 트랜스포머, 가디언즈오브갤럭시, 마션 등의 촬영 카메라를 제작한 회사 ‘RED’가 ‘하이드로겐원’이라는 무안경 3D 폰 출시 계획을 알렸는데 상세한 사양은 공개되지 않아 궁금증을 키우고 있죠.
▲ 캐나다 퀸스대학 연구소가 개발한 홀로그램 스마트폰 ‘홀로플렉스’의 소개 영상
(동영상 출처: 퀸스대학 Human Media Lab 유튜브)
지난해 캐나다 퀸스 대학 연구소가 공개한 홀로그램 스마트폰도 주목할 만합니다. ‘홀로플렉스’로 명명된 이 시제품은 3D 이미지를 손가락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각도를 기울이면 3D 이미지의 모습도 달라집니다. 마치 어항을 위에서 들여다보는 느낌이죠. 물론, 스타워즈처럼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생생한 홀로그램 영상을 구현하려면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차세대 모바일 디스플레이로 성장할지, 틈새시장 형성에 그칠지 아직 판단하기 조심스러운 기술도 있습니다. 최근 IT 업계가 관심을 보이는 마이크로 LED입니다. 마이크로 LED란 5∼1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의 초소형 발광다이오드(LED)를 촘촘히 박는 디스플레이입니다. 기존 LED와 비슷한 구조지만 기판 제한이 없어 마치 인쇄하듯 유리나 고무 등에 곡면, 원형 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고 전력효율이 OLED의 5배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LED를 일일이 기계로 붙여야 해 대량생산이 어렵고 눈부심이 심하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형 전광판 디스플레이 같은 틈새시장 경쟁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오늘은 폴더블 폰부터 홀로그램 지원 스마트폰까지, 앞으로 미래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알아봤습니다. 기존의 상식을 파괴하는 다양한 디스플레이 기술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기술을 적용해서 앞으로 어떤 새로운 변화가 찾아올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귀추를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사외필진의 글은 LG디스플레이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