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문화유산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간송 전형필이 지켜낸 옛 작품과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로 회자되는 故백남준의 작품이 만나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요? 오늘은 그 궁금증을 해소해 줄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展을 찾아갔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민족의 얼이 깃든 수많은 문화재를 일본으로부터 지켜낸 문화재 수집가 간송 탄생 110주년과 백남준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열린 특별 기획전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는데요. 간송이 지켜온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과 백남준 작가 특유의 독특한 작품세계가 어우러져 무척 흥미로웠답니다. 😀 그 중에서도 ‘디스플레이’하면 빠질 수 없는 TV를 소재로 한 작품에 눈길이 많이 갔는데요. 지금부터 주요 작품들을 함께 살펴볼까요?
전시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조선 말기 화가 장승업의 <기명절지도>와 백남준의 <비디오 샹들리에 1번>을 매칭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행복에 대한 소망을 담은 서화 ‘기명절지도’와 ‘샹들리에’는 각각 동양과 서양의 ‘복(福)’을 의미한다고 하는데요. 두 작품을 통해 옛 거장과 현대 거장의 복에 대한 시각을 비교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샹들리에 작품에 설치된 24대의 TV는 동양의 24절기를 의미한다고 하니, 더욱 눈길이 가더군요.
웅장한 비주얼이 돋보이는 작품 <코끼리 마차>는 과거 이동 수단으로 사용되었던 코끼리와 TV를 접목해 정보통신의 역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골동품 코끼리 조각상과 더불어 화려한 붉은 마차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는데요. 마차 위에 설치된 TV, 라디오, 확성기 등의 다양한 미디어는 정보가 쉽게 공유되고 확산되며, 빠르게 변화하는 현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달은 인류 최초의 텔레비전이다.” 故백남준이 남긴 유명한 말입니다. 이 말을 토대로 백남준은 여러 작품을 제작했는데요. 위 사진 속 작품 <달에 사는 토끼>도 그 중 하나입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달에 토끼가 산다고 믿었지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토끼가 달에 산다고 생각했던 우리 민족의 상상력이나 감수성이 미래에도 단절되지 않고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TV 첼로>라는 작품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크기가 다른 여러 대의 모니터를 결합한 뒤 그 위에 현을 설치해 첼로를 형상화했습니다. 작품 속에 재생되는 영상은 옛날 텔레비전 방송이나 녹화 비디오, 공연을 촬영한 영상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요. 각기 다른 영상이 세 대의 TV에 교차되는 모습이 마치 하나의 연주처럼 느껴졌습니다.
왠지 모르게 신성한 기운이 느껴지는 위 작품은 백남준의 <TV 부처>입니다. 작품 속 부처는 TV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데요. 관객 움직임에 따라 TV모니터에 관객의 모습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을 응시하고 집중해야 성숙의 과정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하네요.
이번 전시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 바로 가상현실(VR)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VR기기를 통해 간송미술관의 전신인 보화각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공간을 4분 40초 동안 볼 수 있었는데요. 뿐만 아니라 신윤복의 ‘미인도’, 정선의 ‘금강내산총도’ 등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마치 시공간을 뛰어 넘어 그림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답니다. 😀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展은 문화로 세상을 바꾸고자 삶을 불태웠던 두 거장의 열정과 꿈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여러분도 추운 겨울,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을 통해 뜨거운 예술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展
– 기간: 2016.11.09(수)~2017.02.05(일)
– 장소: 동대문 DDP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
– 시간: 화~일요일 10:00~19:00 / 월요일 휴관
– 요금: 성인 8,000원 / 학생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