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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양의 Back to the Past] 텔레비전의 진화, 흑백에서 컬러 CRT TV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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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기술의 발달은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친구에게 카톡이 아닌 삐삐를 쳤고, 노트북에 USB를 꼽는 대신 뚱뚱한 데스크탑에 3.5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삽입했으며, 32인치 CRT TV를 장악한 정우성에 열광했으니까요.

이러한 디스플레이 기술과 제품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탄생해서 발전해 왔을까요?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L양이 나섰습니다. <L양의 Back to the Past> 시리즈를 통해 디스플레이의 히스토리를 되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지난번 CRT 창시자 브라운 박사와의 만남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CRT TV가 상용화되었던 시절로 돌아가 보고자 합니다.

대한민국 브라운관 TV의 태동기로 Go Go!

Vintage television on brown background

지난 1월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첫 회를 기억하시나요? 극중 쌍문동 5인방이 택이(박보검 분)의 방 안에 둘러앉아 작은 브라운관 TV를 통해 88서울올림픽을 보던 장면이 있었는데요.

드라마를 보며 잠시 추억을 회상하다 보니, 문득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TV가 등장했던 시기는 언제일까 궁금해지더군요.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시간 여행’이죠. 간만에 제가 개발한 타임머신이 쓰일 때가 온 것 같네요. 후후… 자, 시간이 없어요. 어서 저와 함께 타임머신에 탑승하시죠!

응답하라 1966, 국내 최초 흑백 TV의 등장

time machine_1966

여기는 어디일까요? 음… 교실 한가운데 자리잡은 커다란 난로 위에 추억의 양철 도시락통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걸 보니, 과거의 국민학교인 것 같은데요. 바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흑백 TV가 생산되었던 1966년입니다. 호랑이처럼 무섭게 생긴 담임 선생님이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창 TV가 있는 집을 조사하고 있네요. 이 때까지만 해도 TV가 무척 귀한 물건이었죠. 오늘날에는 TV가 없는 집을 찾아보기가 더 힘들 정도인데 말이죠.

1960년대의 동네 만화방 풍경. 당시 중요한 스포츠 경기나 인기 드라마를 하는 날이면 사람들이 모여 다 함께 TV를 시청하곤 했다. / 사진 출처: 한국근현대사박물관

학교에서 나와 길을 조금 걷다 보니, 동네 만화방에서 사람들이 오순도순 모여 레슬링 경기를 보고 있는 모습도 보이네요. 앗, 저건 ‘VD-191’?! 추억의 물건을 여기서 보니까 정말 반갑네요~

그런데 VD-191이 대체 뭐냐고요? 지금부터 그 히스토리를 저 L양이 살짝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KBS TV 방송 시작 당시의 모습 / 사진 출처: 춘하추동방송
KBS TV 방송 시작 당시의 모습 / 사진 출처: 춘하추동방송

때는 바야흐로 1961년 12월. 국내 최초의 TV 방송국인 KBS의 개국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TV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TV를 만들 기술력이 없어 외국 제품을 수입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아쉽게도 이때의 TV 수상기는 모두 외산품이었지요.

이에 ‘금성사’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탄탄하게 입지를 다지고 있던 현 LG전자는 부단한 노력으로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고, 마침내 5년여가 흐른 1966년 8월 1일! 여러 가지 어려움과 장애물을 딛고 국내 최초의 흑백 TV인 ‘VD-191’ 500대를 생산하기에 이릅니다. 짝짝짝~:D

▲1966년 8월, 금성사(현 LG전자)가 선보인 국내 최초의 흑백 TV ‘VD-191’ / 사진 출처: 금호라디오박물관
1966년 8월, 금성사(현 LG전자)가 선보인 국내 최초의 흑백 TV ‘VD-191’
/ 사진 출처: 금호라디오박물관

본격적인 국산 TV의 시대를 열었던 금성사의 흑백 TV는 탁자처럼 다리도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사각 나무 상자에 넣었는데, 그 모습이 TV라기 보다는 거의 가구에 가까웠죠. 이 제품은 당시에 쌀 27가마를 살 수 있을 정도의 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답니다. 구매 경쟁률 또한 어마어마해서, 이 흑백 TV를 사려면 집에 TV가 없다는 증명서류와 함께 은행에 구매신청을 한 뒤 선착순 공개추첨판매에 당첨되어야만 할 정도였죠.

제품명인 ‘VD-191’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사실! V는 제품 내에 내장된 진공관을 뜻하는 영어 ‘Vacuum’이고, D는 책상(Desk)처럼 다리 4개가 TV 밑에 달려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었다는데요. 숫자 191 중 19는 화면의 크기를 뜻하며, 1은 첫 번째 제품을 뜻하는 번호였답니다. 몰랐으면 그냥 그러려니~ 했겠지만, 알고 보니 참 재미있지 않나요? 😀

이쯤 해서 슬슬 우리나라 컬러 TV의 시초도 궁금해지는데요. 지금부터는 국내에서 컬러 TV가 상용화되기 시작했던 1980년도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제 손을 꼭 잡아주세요! 얍!

흑백 TV에 색을 입히다, 컬러 CRT TV!

와우! 저길 보세요. TV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전시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네요. 과연 무슨 일일까요?

▲ 1980년 8월 1일, 컬러 TV 시판이 허용되자 컬러TV 전시장에 사람들이 모여든 모습 / 사진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1980년 8월 1일, 컬러 TV 시판이 허용되자 컬러TV 전시장에 사람들이 모여든 모습
/ 사진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아하~ 국내에서 컬러 TV 시판이 허용되었던 아주 역사적인 날이네요! 사람들이 주의 깊게 보고 있는 저 TV로 말할 것 같으면 국내 최초의 흑백 TV가 세상에 나온 후 10여 년이 지난 1977년 8월, 금성사가 내놓은 컬러 TV ‘CT-808’인데요. 이 모델은 당시 TV 기술의 선두를 달렸던 북미지역으로 수출되기도 했답니다. 이는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을 전 세계에 증명해 보이는 것과 동시에 국내 전자제품 수출 모델의 전신이 되었죠. 다시 생각해봐도 전자제품의 불모지였던 국내에서 꿋꿋하게 이뤄낸 금성사의 눈부신 성과들이 정말 자랑스럽네요. 😀

▲ 1977년에 생산된 금성사(현 LG전자)의 첫 컬러 TV ‘CT-808’ / 사진 출처: LG전자
1977년에 생산된 금성사(현 LG전자)의 첫 컬러 TV ‘CT-808’ / 사진 출처: LG전자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당시 컬러 TV를 살 수 없는 서민들에게 사치를 조장하고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컬러 TV는 몇 년 동안이나 판매금지 되었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컬러TV를 사지 못한 사람들은 흑백 TV 화면에 오색 셀로판지를 붙여 컬러TV 분위기를 냈다는 웃픈 에피소드도 있었을 정도니까요. 결국, 국내에서 컬러 TV는 정부규제가 완화된 198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상용화될 수 있었답니다.

▲ 최초의 금성 컬러TV 광고

비록 조금 늦긴 했지만 컬러 TV의 등장은 당시 우리의 삶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왔어요. 사람들 사이에서는 ‘컬러 TV를 샀느냐’라는 말이 새로운 안부인사로 오갔을 정도였으니 말이죠.


지금까지 L양과 함께 우리나라의 흑백, 컬러 TV의 등장 배경과 발전사를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올해는 TV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산된 지 50주년을 맞이해 더욱 의미가 깊은데요. 다음에는 또 어느 시대의 디스플레이를 만나보러 갈까요? <L양의 Back to the Past> 시리즈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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