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글자와 마주하며 살아갑니다. 표지판을 보며 길을 찾기도 하고, SNS를 통해 온종일 친구들과 글자를 주고받기도 하지요. 심지어는 여러분이 지금 보고 있는 이 포스팅도 수많은 글자들로 이루어져 있고요.
이렇게 우리가 일상에서 쉽사리 보고 지나치는 글자를 재해석해 이미지화하는 예술도 있는데요. 바로 ‘타이포그래피(Typography)’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 채병록님 인터뷰 포스팅에도 언급되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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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타이포그래피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한 청년이 있는데요. 타이포그래피 작가보다는 ‘글자 작가’라고 불리는 편이 좋다는 ‘다하’ 작가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열정 넘치는 그의 작품 세계로 빠져보세요. 😀
언제부터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사실 제 전공은 그래픽과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요. 군대 시절 우연히 디자인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 때 짧은 시간 안에 작업이 가능한 ‘타이포그래피’를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적인 면도 그렇고 아이디어가 돋보일 수 있는 작업이라 저와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품들을 보면 ‘시선’, ‘밤’, 마음’ 등 대부분 한글로 이뤄져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타이포그래퍼라는 명칭 대신 ‘글자 작가’라고 표현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거 같은데요.
아무래도 한국어는 저에게 가장 편한 언어잖아요. 글자에 의미를 담는 타이포그래피는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경우 한글이 가장 편하다고 느꼈고요. 한글에 좀 더 집중하고 있는 만큼 명칭도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다 ‘글자’를 다루는 작업을 하고 있으니 ‘글자 작가’가 직관적이고 깔끔하다고 생각해 ‘글자 작가’라고 표현하게 되었지요.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제 작업은 ‘자기표현’을 목적으로 합니다. 다른 사람 생각이나, 상업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이 아니라 온전히 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하고 작업하고 있지요. 그러므로 작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다음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차례 고민하곤 합니다.
사람들이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글쎄요. 사람마다 이유가 다르겠지만, 아마도 단순하면서 이해가 쉽기 때문 아닐까요? 😀
개인적으로는 ‘정리’라는 작품을 가장 좋아하는데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서, 머리가 복잡할 때 종종 들여다보곤 합니다.
전시회를 많이 하시던데 혹시 팬들과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사람 인연이 참 묘한 것 같아요. 전시를 보러 왔던 관객이 어느 날 작업을 요청하고 싶다며, 클라이언트로 연락이 왔어요. 제 첫 전시회에 고등학생으로 왔던 팬이 대학생이 되어 다시 찾아온 적도 있고요. 한 작가의 전시회를 꾸준히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무척 감사하죠.
활동하며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내 생각이나 가치관을 담은 작품을 보고, 나와 똑같은 것을 느꼈고 감동받았다는 반응을 보일 때, 정말 큰 힘과 위로가 돼요. 그런 게 ‘예술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디자인 작업은 디스플레이가 중요할 것 같은데, 글자 작가로서 디스플레이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요?
물론입니다. 제 작업은 디지털 작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냥 종이에 출력해서 걸어두기보다 좀 더 새로운 방식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밤’이라는 작업은 국립 한글 박물관 전시 당시 오래된 텔레비전을 통해서 음악과 함께 보여줬었고, ‘가식’이라는 작업은 간단한 디지털 모션 작업으로 만들었었어요. (<가식> 디지털 모션 작품 보기) 앞으로도 여러 디지털 작업을 다양하게 시도해 볼 예정입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지요?
‘다음이 더 기대되는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제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하거든요.
‘글자 작가’ 다하님 작품은 한 번 ‘쓱’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두세 번 보면서 그 의미를 곱씹게 된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그의 말처럼 다하 작가의 ‘다음’을 기대하며,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하겠습니다!
※ 사진/작품 출처: 다하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