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영화, TV 프로그램 타이틀을 비롯해 CF, 뮤직비디오, 홍보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모션 그래픽(Motion Graphic)’! 모션 그래픽은 디스플레이 안에 영상미를 극도로 연출할 수 있다는 특징으로, 최근에는 단순히 정보 전달의 기능을 넘어 효과적인 영상 언어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오늘은 오직 영상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다져가고 있는 대학생 모션 그래퍼 강형규 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영상에 대한 깊은 내공과 감각을 가진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지금부터 함께 들어볼까요?
강형규님과의 INTERVIEW
Q.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서울예대 영화과에 재학 중인 20살 강형규입니다. 모션그래픽과 영상에 관심이 많고요. 페이스북에서 ‘토메라프로덕션’이라는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언제부터 모션 그래픽과 영상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아버지께서 미술을 전공하셔서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전시회를 많이 보러 다녔어요. 한 번은 앤디 워홀 전시회에 가서 그 시대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팝 아트적인 작품을 보고 ‘이런 것도 예술이 될 수 있구나’, ‘재밌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예술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영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동아리별로 홍보영상을 틀 때였어요. 일반 UCC와는 다른 퀄리티의 영상들을 본 순간, 이런 것들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껴 처음으로 영상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모션 그래픽이라는 장르를 알게 되었는데, 도형들을 이용해서 제 감정을 표현하는 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디자인 관련 책도 사고 이론공부도 하면서 점점 모션 그래픽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죠.
▲ 10대를 벗어나 성인이 되었을 때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 <teen>
Q. 그렇다면 영상 관련 전문 기술을 따로 배운 것인가요?
아뇨. 학원은 일체 다닌 적이 없어요. 대신 동아리 선배들에게 도제식으로 배우고, 집에서 작업하면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유투브를 뒤지곤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잠자는 시간이 적어서 일주일에 5일은 항상 피곤했던 것 같네요.
Q. ‘토메라프로덕션’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토메라’의 뜻은 무엇인가요? 페이지를 운영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먼저 ‘토메라’의 뜻은 ‘토끼’ + ‘카메라’예요. 이때 토끼는 평범한 토끼가 아니라, 부활절 토끼에서 모티프를 얻었는데요. 부활절 토끼가 달걀을 들고 와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것처럼, 저는 달걀 대신 카메라를 통해 제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 만족스럽고 행복한 감정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페이지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려고 만들었어요. 원래는 유투브의 채널을 만들려고 했는데, 유투브보다는 페이스북이 SNS 특성상 소통창구가 넓다고 느꼈기 때문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페이지 구독자도 몇 없었고, 저 혼자 올리고 주변 지인들만 좋아요를 눌러줬지만, 1~2년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저보다 페이지를 먼저 알고 연락 주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그럴 때는 정말 감사하죠.
Q. 작품 중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 있나요?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은 ‘LOST’라는 작품이에요. 저희 할아버지께서 작년 7월 21일에 돌아가셨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장례식장에 갔었거든요. 그러면서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꼈어요. 우울하다기보다는, 정말 슬픈데 아무 말도 못 하겠는 그런 감정을요. 그 감정이 사라지는 게 너무 싫었어요.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게 너무 아쉬워서 항상 그랬듯이 ‘지금 느끼는 감정을 모션 그래픽으로 표현해보자’ 생각했어요. 그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컴퓨터를 켜고 작업을 했죠. 지금 생각해도 두 번 다시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녹여낸 작품이자, 그 어느 때보다 감정의 농도가 깊게 들어간 작품인 것 같아요.
▲ 할아버지의 장례식에 다녀와 당시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 <LOST>
Q.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제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공감해줄 때 보람을 느껴요. 한 번은 작품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이 페이지에 모션 그래픽 영상을 올렸었는데, 어떤 분께서 영상에서 우울한 감정이 느껴진다며 메시지를 주셨더라고요. 실제로 우울할 때의 감정을 표현한 영상이었는데 그저 점, 선, 면, 도형을 통해서 그 감정이 전달된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죠.
Q. 정말 신기하네요~ 그런데 모션 그래픽은 말씀하신 것처럼 점, 선, 면, 도형으로만 구성되는 건가요?
앞서 말한 점, 선, 면, 도형도 포함되지만 모션 그래픽은 각 디자인 요소와 시간적, 공간적 요소가 함께 결합되어 표현돼요. 모션 그래픽의 주요 요소로 공간감, 타이포, 시간개념과 움직임, 사운드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요소들을 잘 연관시킴으로써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영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거죠.
쉽게 말해 모션 그래픽은 ‘공간’과 ‘시간’, 이 두 가지로 표현할 수 있어요. 영상이나 이미지 등을 3차원 공간에 배치하여 기존 2차원적인 그래픽을 좀더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고 텍스트, 그래픽, 인물, 아이콘 등의 그래픽 요소를 타이밍에 맞춰 공간 안에 사운드와 함께 배치하기 때문이지요.
Q. 모션 그래픽에서의 ‘공간’이라 하면, 디스플레이의 ‘프레임(Frame)’이 되겠네요.
그렇죠. 우리가 아는 기존의 컴퓨터 모니터와 TV 모니터, 스크린은 모두 사각의 틀 안에 있잖아요. 그 안에서 다양한 틀과 비율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결국은 사각의 틀을 벗어날 수는 없죠. 이렇게 한정적인 디스플레이 안에서 모션 그래픽의 공간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아요. 요즘은 툴에 대해 더 공부해보고 싶어서 ‘일러스트’와 ‘다빈치 리졸브’라는 프로그램을 공부하며 다양한 감각을 익히는 중입니다.
Q. 어린 나이에 정말 대단하세요!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앞으로 큰 계획은 아직 없어요. 15학번 새내기이다 보니 학교생활에 더 충실하고, 동기들이랑 더 많은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군대에 가기 전에 고3 때 기획했던 프로젝트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human twenty’라는 프로젝트인데요. 무작위 또는 제 주위 사람 20명에게 종이와 펜을 주고 점, 선, 면 도형을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라고 주는 거예요. 직접 그린 그림을 보고 감정상태를 분석하는 미술 심리치료처럼 그게 한 장씩 모여서 20장이 되었을 때, 뭔가 일관적인 공통성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림이 모여 그 자체가 일종의 퍼포밍(performing)이 될 수도 있고요.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아서 다음 학기 중이든 겨울 방학이든 이번 년도에는 실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시각으로 디스플레이 속에 움직이는 감동을 창조하는 젊은 제작자 ‘토메라프로덕션’. 작업의 가장 큰 동기는 ‘좋아서’ 라는 순수한 열정을 간직한 강형규 님의 청춘을 응원합니다.
※ 본 포스팅은 LG디스플레이와 무관한 외부 전문가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사진, 영상출처: 토메라프로덕션(강형규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