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자동으로 커튼이 걷히고, 창문에는 오늘의 날씨와 주요 뉴스가 띄워집니다. 집을 나서자마자 방범시스템이 작동하고, 자동차는 목적지를 물은 뒤 앞차와 일정한 간격으로 거리를 두고 스스로 운전합니다. 가스 밸브를 깜빡하고 잠그지 않았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집에 있는 모든 가전 시스템을 자유자재로 켜고, 끌 수 있으니까요.”
SF 영화 속에서나 상상했던 시나리오가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을 만나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데요. 다가오는 사물인터넷 시대와 그 중심에 있는 디스플레이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글 강도원 기자 | 서울경제신문
바야흐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다. 수동적이던 가전제품과 자동차가 능동적으로 사람을 돕는다. 사물인터넷은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중 발전 속도가 가장 빨리 우리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사물인터넷 시대. 우리의 삶 그리고 디스플레이 업계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사물인터넷을 통해 달라진 우리의 삶
‘사물인터넷’이란 각종 사물에 인터넷 통신 기능과 센서를 내장해 기기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며 자동으로 작동시킬 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사물인터넷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인터넷 환경의 진화가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유무선 인터넷의 활성화와 근거리 통신, 센서 기술이 발전하면서 눈과 귀, 입이 없던 사물이 보고 듣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손안의 슈퍼컴퓨터인 스마트폰 보급 확대는 스마트 가전의 시대를 앞당겼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가전 시장이 정체기를 맞았고 IT 기업이나, 제조업체 등 주요 사업자들이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기반의 사업을 시작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사물인터넷의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가전은 물론 생활, 농업, 의약업까지 적용할 수 있다. 올해 1월 세계 최대 가전쇼 CES에서는 이런 모습이 잘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 S2로 집의 현관문을 열고, NFC를 이용한 결제, S헬스를 활용한 건강 체크, 자동차의 문을 열고 에어컨을 켜는 커넥티드 카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선보이는 IoT 쇼케이스를 운영했다.
LG CNS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마트에 전자가격표시기(ESL)을 설치, 재고관리, 타깃 프로모션 등 스마트한 매장 관리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공장에 적용되면 재고 관리 등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농장에서는 온도와 습도, 햇빛을 조절한다.
사물인터넷 기능이 탑재된 축구공의 속도, 회전, 운동궤도, 충격 부위 등도 받을 수 있다. 간단한 수술로 삽입된 센서가 인슐린 펌프가 스마트폰으로 전달된 정보로 제어될 수 있다. 대유위니아의 밥솥, 가스록, LG전자 홈캠 등은 이미 상용화 단계다. 서울 용산구는 이태원 공중화장실에서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비상벨을 설치하기도 했다. 폭행, 구타, 비명, 유리 깨지는 소리, 폭발음 등 이상 음원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용산경찰서로 신고가 들어가는 방식이다.
사물인터넷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국내 사물인터넷 시장 매출 규모는 2014년 3조 7,596억 원에서 지난해 4조 8,124억 원으로 확대됐다. 올해는 5조 3,372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라콥은 “오는 2020년에는 한국 사물인터넷 시장이 17조 1,000억 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IoT 선점 위해 진검승부 벌이는 업체들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기업들은 사물인터넷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을 비롯해 기존에 교류가 없던 기업들끼리 합종연횡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2억 달러에 스마트씽스를 인수했다. 2020년까지 모든 사물을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사물인터넷기업 인수에 12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글로벌 1위 완성차 제작사 폭스바겐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커넥티드카 플랫폼 공동 개발에 나섰다.
지난 1월 CES에서 집과 자동차가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구글은 네스트로 불리는 스마트폰 서비스 확대에 이어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사물인터넷으로 적용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공룡인 아마존은 이미 스마트잠금장치, 온도계, 센서 등 다양한 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또 지난해 말에는 네트워크 연결 기기들이 상호작용 가능한 사물인터넷플랫폼 ‘아마존웹서비스’를 공개한 바 있다.
통신사들 역시 사물인터넷 분야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나섰다. SK텔레콤은 보일러, 제습기, 에어컨, 도어록, 김치냉장고, 공기청정기, 밥솥 등을 기반으로 한 30여 종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는 지금까지 사물인터넷 서비스 7종을 출시했고 LG유플러스는 지금까지 사물인터넷 서비스 14종을 내놨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사물인터넷 담당 부서를 개편하고 기존 본부에서 분리해 CEO 직속부서로 만들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물인터넷이 우리 현실에 빠르게 다가오는 만큼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대응방안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사물인터넷은 디스플레이 업계에도 새로운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 사물이 인터넷을 통해 사물이 똑똑해진다고 하지만 스스로 생각할 수 없는 단순한 기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조작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물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창이 필요하다. 디스플레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검은색 사각형 TV가 거실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과거 흑백 TV를 로터리 방식으로 채널을 바꾸던 모습만큼 생소하게 바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화면을 접거나 말아 넣어놨다 필요할 때 꺼내 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로 뒤덮인 장롱은 사물인터넷에 연결돼 바이오리듬과 체력 지수에 따라 오늘 입을 옷을 코디해 준다. 전신 거울은 체형의 변화에 따른 건강관리법을 추천한다. 유리창은 오늘의 날씨 정보를 보여준다. 모두 디스플레이가 핵심이 되는 부문이다.
사물인터넷 시대 우리 삶의 모든 것이 디스플레이와 연관되는 DoT(Display of Things)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시대 달라질 수요에 대응해 대형뿐 아니라 중소형, 롤러블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한 때다.
<관련 포스팅>
DOT(Display Of Things), 생활의 모든 것이 되는 디스플레이의 세 가지 조건!
우리는 이미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변화를 직접 느끼며 왜 ‘SMART’한 기술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런 기술이 얼마나 대단하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지 경험했습니다. 이제 사물인터넷의 날개를 단 스마트 기기들로 인해 또 한 번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갈지 무척 기대가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