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 TV의 미래
- 외형의 변화를 통해 본 스마트 TV의 발전과정
- TV 시청 트렌드의 변화가 가져오는 수익모델의 변화
- 변화하는 스마트TV, 그에 따른 시장구조의 변화
- 스마트TV의 핵심 영역과 앞으로의 방향
- 핵심 기업사례 – DVD 유통업체에서 콘텐츠 제작업체로, 넷플릭스가 주도하는 OTT
- 핵심 기업사례 – 셋톱박스의 강자, 로쿠는 어떻게 시장의 리더쉽을 유지했을까?
앞장에서 말씀드렸듯, 스마트TV의 등장 이후 시장은 빠른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통해 겪은 경험들은 스마트TV에 적용되어 빠르게 시장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스마트폰에서는 성공적이었으나, TV가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인 ‘시청’, 즉, ‘보는 행위’ 충실하지 못했던 다양한 시도들이 실패하기도 했지만요. 이제는, TV에 인터넷이 연결되고 스마트폰이 연결되면서, 예전처럼 단순히 방송국에서 제공해주는 채널만 보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상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영상을 보는 시간은 기존의 케이블TV를 통해 영상을 보는 시간을 추월하기 까지 했죠.
이렇게 빠르게 시장이 커질 수 있었던 것도, 기존의 교체주기가 느린 TV를 저렴한 비용으로 간단하게 바뀔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스마트혁명에서 다룬 것처럼 하드웨어 집적화/통신의 변화/모바일 OS의 진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기존의 TV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죠.
스마트 TV는 어떠한 모습을 바뀌어왔을까요? 단기간에 모든 게 바뀌진 않았을 겁니다. 각자 시대에 맞는 이유가 있었고, 이제는 준비가 되었기에 시장을 흔들 수 있게 되었죠. 그럼 지금부터 스마트 TV의 발전과정을 외형의 변화를 통해 알아볼까 합니다.
인터넷, 컴퓨터가 바꾼 TV에 대한 생각
90년대 중반 인터넷이 급격하게 보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경험하게 됩니다. 작은 모니터를 통해 보는 세상에서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죠. 원하는 프로그램을 하고 원하는 사진도 영상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TV가 컴퓨터처럼 동작하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단순하게 정보를 받는 게 아니라, 상호교환하는 거죠. 궁금한 것도 알아볼 수 있는 더 큰 화면의 컴퓨터같이요.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TV는 ‘보는 행위’에 특화된 기기입니다. 사람들은 쉽고 편하게 영상을 보고 싶어 하죠. 컴퓨터처럼 일일이 찾고 다운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 말이죠. 더군다나, 컴퓨터에 올라가는 OS는 너무 느렸습니다. 거기다 하드디스크가 붙었으니 부팅만해도 수십 초가 걸리는 상황이었죠. 그리고 기존의 인터페이스로는 인터넷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는 것도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의 일부 기능만을 탑재한 TV들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TV에 하드디스크를 달아서 녹화를 하는 기능을 넣는 시도들을 한거죠.
케이블, 그리고 IPTV
사실, TV를 컴퓨터처럼 만드는 것보다 더 많은 영상을 쉽게 보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90년 후반부터 집에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한 케이블TV를 이용하면요. 셋톱박스 형태의 이 기기를 TV에 붙이면 지상파 채널뿐만 아니라 100개가 넘는 방송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TV를 컴퓨터처럼 만드는건 큰 의미가 없게 되었죠. 무겁고 비쌌고 활용도도 낮았으니까 말이죠. 리모컨 하나로 채널을 바꾸면 수십개의 채널을 보는 경험은 사람들에게 편리를 제공했습니다. 이 셋톱박스는 TV의 동축케이블로 방송국으로부터 정보를 수신하고 TV에는 컴포넌트 케이블을 통해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일부 방송들은 고급 컨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유료채널 서비스를 실시하였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시했죠.
그리고 셋톱박스는 진화해 IPTV가 됩니다. 2007년에 말 IPTV 법안이 통과되면서 셋톱박스에는 인터넷이 연결되기 시작했고,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받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다른 정보에 접근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영상을 전송할 뿐,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처럼 정보를 접근하는 것이 제한되었습니다. 사실 케이블TV와 큰 차이가 없었죠. 하지만 VOD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며, 다시보기 서비스가 인기를 끌며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바꾸어 놓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못 본 방송이 있다고 녹화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게 되었죠.
IPTV의 진화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에서의 경험이 TV로 옮겨가면서 기존의 IPTV가 진화하게 됩니다. 2010년에 출시된 애플TV는 아이폰에 올라가는 iOS를 탑재하여 스마트폰의 기능을 셋톱박스로 옮겨놓았죠. 2012년에 시장에 등장한 구글TV 역시 안드로이드를 사용하여 스마트폰의 경험을 TV에 옮기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발전된 반도체 기술은 컴퓨터의 모든 기능을 손바닥만한 작은 박스 안에 넣었습니다. 여기에 인터넷을 연결하면, 큰 화면으로 화상통화를 할 수 있었고 원하는 방송을 언제나 볼 수 있었으며, 각종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연동화여 TV 화면에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TV에도 스마트 기능들이 자연스레 포함된 제품들이 라인업을 구성하였고, 고급제품 팔려나갔죠. 하지만, TV는 컴퓨터/스마트폰과는 달랐습니다. TV의 본질적인 목적은 ‘보는 행위’ 였고, 스마트폰의 많은 기능들은 불필요한 기능들로 분류되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스마트 경험은 기존의 TV 시장에 작은 균열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보는 영상에 기존 채널의 의미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한 거죠.
셋톱박스의 진화, 스틱형
TV에 대한 접근에 시행착오들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막긴 힘들어 보입니다. 구글이 구글TV로 실패를 겪으며 내놓은 크롬캐스트는 기존의 셋톱박스의 형태를 손가락만 한 스틱 형태로 바꾸어놓았습니다. HDMI에 작은 스틱을 연결하기만 하면 기존 TV가 스마트 TV가 되는 거죠. TV에도 OTT(Over The Top) 서비스의 개념이 적용되어 이 작은 스틱형태에서도 스마트폰에서 보던 영상을 그대로 볼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이 스마트 TV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TV 자체가 스마트기능을 포함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죠.
스마트폰과 태블릿 뿐만 아니라 이 작은 스틱에서도 같은 경험으로 영상을 볼 수 있게 되면서 영상을 접하는 시청형태도 변하게 됩니다. 예전이 셋탑박스에 채널중심의 영상시청이었다면, 이제는 영상중심에 선호하는 컨텐츠 중심으로 변경된 거죠.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하드웨어가 작아져서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보는 행위’에 충실하도록 가장 쉽고 간편하게 어디서나 영상이 접근하게 가능하게 된 것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통신과 인터페이스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 TV에서의 새로운 UX
TV를 볼 때 가장 편한 인터페이스는 어떤 것일까요?
키보드형식의 쿼티 리모컨, 보이스로 컨트롤하는 리모컨, 모션을 인식해서 움직임을 주는 모션 리모컨도 나왔지만, 모두 시장에 큰 변화를 주도하진 못했습니다. 오히려 심플한 기존 리모컨이 사람들에겐 쉬웠죠. 하지만 기존 리모컨으로는 인터넷을 통한 영상접근에 제한이 있습니다. 너무 눌러야 할 버튼이 많아지기 때문이죠.
가장 간단한 리모컨은 이미 우리 손에 들려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이죠. 단순히 스마트폰에서 리모컨 자판을 누르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에 있는 영상을 누르면 바로 영상이 보이는 거죠. 애플TV는 에어플레이로, 구글은 미라캐스트로 스마트폰의 영상으로 바로 TV로 전달하기도 합니다. 작은 하드웨어 안에 무선송수신 기능이 포함되어있어, 스마트폰과의 다이렉트통신이 가능한 거죠.
그리고, 스마트폰, 태블릿, TV 연결되는 컨텐츠 유통망의 통합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했습니다. 보고 싶은 콘텐츠가 어디서나 동일한 인터페이스로 접근이 가능했고, 기존보다 훨씬 많은 컨텐츠를 더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죠. 더 이상 채널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방송목록을 보고 원하는 방송을 선택하고, 선호하는 방송을 자동으로 리스트업해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스마트 TV, 어떻게 될까?
이제는 작은 스틱 하나로 기존의 TV가 스마트TV로 변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보면 자연스레 앞으로 TV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 기능이 TV에는 포함될 수 있지만, 기능이 들어갔다고 해서 높은 가격을 책정하긴 힘들어 보입니다. 작은 스틱 하나가 TV를 스마트TV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작은 스틱은 앞으로 더 발전해서 더 높은 화질의 영상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고 나중에는 TV에 내장된 화질 알고리즘까지 가져갈 수도 있겠죠.
그 시점에서 TV는 어떻게 될까요?
디스플레이 발전으로 더 얇아지고 가벼워짐과 동시에 TV에는 오로지 디스플레이만을 위한 기능만 남을 수도 있겠군요.
스마트폰이 시장을 순식간에 뒤흔들 었던 것처럼 TV시장 또한 변화할 수 있을까요?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집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TV 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 나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