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릴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표현, 바로 ‘빛’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빛은 작품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이야기를 표현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빛·시간·공간> 전시를 진행 중인 황선태 작가를 만나 ‘진짜’ 빛을 통해 작품 속 빛을 표현하는 그의 작품 세계를 알아보겠습니다.
빛으로 작품을 표현하는 황선태 작가
Q. 안녕하세요. 작가님, 어떤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지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황선태입니다. 저는 자기소개할 때 어떻게 제 소개를 해야 하는 지가 제일 난감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 영역은 장르로 구분하기가 어려운데요. 일반적으로 장르를 나눌 때 조각, 설치 미술 등을 입체, 1차원적인 작업은 평면이라고 합니다. 사실 제 작품을 딱 보았을 때는 평면 위에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1차원입니다. 그러나 1차원이라고 하기에는 공간감과 빛을 포함하기 때문에 미디어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그래서 저를 굳이 나누자면 ‘미디어 설치 작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원래 제 전공은 회화과, 그중 서양화과였습니다. 이후 독일로 유학을 떠나 입체를 다루는 조소과를 전공했는데요. 일반 조소과가 아니라 설치 미술, 즉 입체를 다루는 조소과를 전공했고 이후 유리과로 전과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미술 분야를 공부하다 보니 제 작품 중에는 유리 작품부터 드로잉, 사진, 설치 미술까지 넓은 영역을 아우르게 되었습니다.
Q. 이번 전시 <빛·시간·공간>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빛’이라는 것은 시각 미술을 다루는 사람들에겐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입니다. 빛이 없으면 물감의 색깔도 구분할 수 없고 선도 구분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도 우리가 사물을 인지하는 것에 있어 빛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요. 그래서 빛을 가지고 사물이나 공간을 재현해 나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빛의 스펙트럼을 좀 더 세분화해서 보게 됐는데요. 빛이 어떻게 응집하느냐에 따라 장소나 시간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게 됐습니다.
이번 작업에서 저는 2차원 평면에 빛을 이용해 3차원 공간을 해석하던 도중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빛도 규정해 표현했습니다. 시간을 나타내면서 4차원까지 표현한 것인데요. 빛에는 아침, 점심, 늦은 오후, 인공의 빛과 같이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이러한 빛의 상황에 따라 공간을 연출하고 시간을 전개했습니다. 이러한 관계 속 사물들의 관계에 대해 해설한 전시입니다.
사물을 표현하는 빛, 빛을 표현하는 디스플레이
Q. 다양한 분야의 미술 영역에서 작품 활동을 하셨는데요. 이번 전시처럼 빛을 표현하는 방식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2010년 독일 유학 때부터입니다. 사물에 대해 평면으로 해석할지, 입체적으로 해석할지 여러 방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초창기에는 제 능력 내 가능한 범위에서 다양한 포맷으로 구분 없이 작품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책상 위 유리를 통해 비치는 햇빛을 본 후 ‘빛’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빛이라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구나. 우리가 빛이 없으면 사물을 인지할 수 없듯이, 사물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요소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사물을 해석할 때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빛, 또는 선을 가지고 작업을 시도하게 됐습니다.
Q. 이렇게 자연광을 표현하는 작품의 원리는 무엇인가요?
제 작품은 유리판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해 표현하거나 LED 칩이 연결된 바를 활용해 작업합니다. 몇몇 작품의 경우 이번에 LG디스플레이에서 제공받은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을 활용해서 만들었습니다.
Q. 작업하시면서 LED와 OLED 간 특별히 느껴졌던 차이점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색깔부터 다릅니다. OLED 디스플레이의 경우, 부드럽고 자연스러우며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저는 기존에 LED를 많이 써왔는데요. 일반 LED를 사용하면 빛이 뻗어 나가는 느낌을 줍니다. 반면 OLED는 발광체가 머물러 있으면서 전체가 밝아지는 느낌입니다. 각 디스플레이의 특성이 다르지만 좀 더 자연스러운 ‘빛’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죠.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방향에 따라 디스플레이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OLED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작품은 기존의 LED 발광체와 표현이 달라서 더욱 재미있게 작업했습니다. 지금까지 작품은 평면의 느낌이 강한데, 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함으로써 평면이라는 사각 틀에서 벗어나 입체화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제 작품 중 마치 종이를 찢어서 걸어놓은 것 같은 작품이 있는데요.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의 휘어질 수 있는 특성 덕분에 이러한 작업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 것이죠.
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더 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일 황선태 작가
Q. 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진행하셨는데요. 이외에도 새롭게 작품 활동을 하실 계획이 있나요?
사실 OLED 디스플레이 하나만으로도 표현 가능한 방법이 상당히 많아서 지금은 OLED 디스플레이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욱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기도 하고요. 이는 제 작품 스타일이기도 한데요. 한번에 많은 것을 다루지 않고, 선 혹은 빛처럼 가장 기초적이고 원론적인 것을 가지고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에 대한 충분한 해석과 소화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죠. 제가 처음 독일에서 유리과로 전과를 했을 때 몇 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은 것도 제 분야에 대해 해석의 시간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OLED 디스플레이에 대해 충분히 해석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OLED 디스플레이 하나만으로도 앞으로 훨씬 더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빛이라는 소재 하나만으로도 앞으로의 작품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그것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우연히 책상에 비친 햇빛을 보고 영감을 받았듯이, 계속 고민을 하다 보면 빛에 대해 좀 더 디테일한 표현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시회는 현재 2018년에 두 번의 개인전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한 번은 런던에서 진행할 예정이며, 다른 한 번은 아직 계획 중입니다.
Q. 마지막으로 작가님에게 빛이란?
빛은 ‘보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빛이 사물을 보게 해주고, 이로 하여금 인식하게 해주고, 또 사물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가장 원초적인 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황선태 개인전 <빛·시간·공간>
- 기간: 2017년 11월 4일 ~ 2017년 12월 27일
- 시간: 10:00 ~ 18:00 (월요일 휴무)
- 장소: 아트사이드 갤러리 (종로구 통의동 33번지)
오늘은 <빛·시간·공간> 전시를 감상하고, 빛으로 작품을 표현하는 황선태 작가를 만났습니다. OLED 디스플레이의 특성을 활용해 더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는 작가님! 또 어떤 작품으로 기존의 틀을 깨는 모습을 보여줄지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