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映畫), 일정한 의미를 갖고 움직이는 대상을 촬영해 재현하는 종합 예술’을 뜻합니다. 영화를 만든다는 건, 활자로 만들어진 시나리오 위에 배경이 세워지고 배우가 들어오고 대사가 채워지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그 밖의 미술, 동선, 연기 모두 감독의 판단이 들어가지요. 감독이 그리는 그림은 최종적으로 하나의 작품이 됩니다.
갑자기 영화에 대해 말씀드리는 이유는 이번 <예술가 인터뷰>에서 몇 편의 단편 영화를 제작한 이원준 감독님과의 만남을 가졌기 때문인데요. 영화 제작 외에도 양희은, 전제덕, 마이큐를 비롯한 많은 가수의 뮤직비디오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원준 감독과의 인터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영화 <일편단심(一片丹心)>, <테이크아웃>, <마천루> 등을 비롯해 뮤직비디오, 방송극본 등 다양하게 작품 활동을 해오셨는데요. 어떤 계기로 연출을 시작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자연스레 입시 미술을 했습니다. 그러다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내 그림들의 목적은 뭘까?’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을 내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던 와중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 씨의 작품을 접하게 됐습니다. 인종을 넘어 감동을 전하는 작품들이 가슴에 울림을 주었어요. 그때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게 됐습니다.
여기서 끝이라면 애니메이션 감독이 됐겠죠? 제 인생은 군 생활 속에서 한 번 더 전환기를 맞게 되는데요. ‘내가 상상하는 것을 꼭 그림으로 그려야 할까? 살아 있는 것을 담아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군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대회가 열렸고, 그때 낡은 캠코더 한 대를 가지고 감독을 맡아 나갔었는데 우승을 했어요. 자신감이 붙어 쉬는 시간, 카메라 판매점에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어봤죠. 그때 직원이 해줬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고객님이 원하는 카메라 종류가 너무 다양하니 영화 공부를 하시고 다시 문의해주시면 어떨까요?”라고요. 그래서 전역 후, 본격적으로 영화 연출의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혹은 본인에게 의미가 깊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연출한 모든 작품이 소중한데요. 그 중에서 제가 2012년 제작, 각본, 감독한 <마천루>라는 단편영화 작품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마천루는 ‘하늘에 가까이 다가간 다락’이라는 뜻입니다. 킬러 업계에서 새로이 떠오르는 젊은 후배킬러가 정상에 서기 위해 선배킬러를 제거하러 산에 오르며 시작되는 이야기인데요.
영화를 제작할 때 제가 구상하던 그림에 비해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은행 대출도 받고, 발로 뛰어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모은 힘을 여러 회 차로 나누지 않고 하루에 모든 에너지를 모아 촬영을 했었죠, 감사하게도 많은 분께 도움을 받아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 여러모로 도전적인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시절 애니메이션을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작품을 구상하실 때 주로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는지요? 또 어떤 느낌을 추구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 전제덕 <봄의 왈츠> 뮤직비디오
매 작품마다 구상과 영감의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로 특정하긴 어렵습니다. 제가 주고 싶은 메시지가 때론 소설적이기도 하고, 시적이기도 하며, 현실적이기도 하고 신화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모든 창작의 근본은 ‘자신’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품을 시작할 땐 늘 ‘내 가슴이 뛰고 흥분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지요.
요즘 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은 ‘본능과 기술 사이에서’라는 말인데요. 자기 자신한테서 나오는 본능인 독창성(Originality)을 받쳐줄 수 있는 것이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제 상상과 추상을 더 힘있게 정리해보고자 책과 뉴스, 관찰을 통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저만의 패턴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영상감독 영화감독으로서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을 느끼고 계시나요?
디스플레이는 더 선명하고 또렷한 화면을 보여주고자 계속해서 발전해왔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 발전은 과연 ‘무엇’을 잘 보기 위함이었을까요?
인류는 지속적으로 시, 그림, 영화과 같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듬뿍 담긴 컨텐츠를 만들고 있죠. 그리고 TV는 ‘또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창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디스플레이는 인류가 만든 ‘상상력’과 ‘창의력’의 산물을 왜곡 없이 더 온전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창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작품들을 보면 서정적이고 달달한 느낌의 작품이 있는 반면, 흑백 느와르 풍의 감각적인 작품도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색을 그려나가고 싶으신가요?
최근 ‘흑백에 특화된 감독’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작품에서 색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없는 이상 그것은 되려 시각적 방해가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예 흑백으로 에너지 텐션이라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마음에서 흑백 작품을 많이 했었는데요. 최근 제작한 영화 <일편단심 (一片丹心)>, 위에서 소개했던 <마천루>, 마이큐 뮤직비디오 <멈춰버린 시간> 모두 흑백으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 2014년 영화 <테이크 아웃> 예고편
물론 오로지 흑백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테이크 아웃>에서는 이제까지 해보지 않았던 밝고, 서로 감정을 나누는 서정적인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시간과 예산이 주어지면 제가 미처 표현해본 적 없는 색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그려보고 싶어요. 물론 제가 가진 장점인 흑백의 느낌도 더 잘 살려보고 싶고요.
최근에는 어떤 작품을 구상 중이신가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제작사와 <베스트>라는 제목의 ‘청춘 성장영화’를 준비 중입니다. 각본을 쓴 작가님은 따로 있고, 저는 각색작업과 연출을 맡았습니다. 청춘들의 경쟁과 뜨거운 열정을 담아낼 젊음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 될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예하는 여자, 미옥>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자료조사와 취재를 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예를 하는 여자의 삶과 흐름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 붓글씨도 배워봤어요. 확실히 마음이 정갈해지고 번뇌가 사라지더라고요.
끝으로 대중들에게 어떤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요?
제 목표는 ‘관객과 온전히 만날 수 있고, 나아가 영감을 줄 수 있으며,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 되는 것입니다. 동시대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제 영화를 ‘인생 영화’로 꼽아준다면 무척이나 보람될 것 같네요.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늘 새로운 것들을 찾아 다니며 끊임 없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이원준 감독. 그가 바라는 대로 추후 ‘내 인생의 영화’가 될만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네이버 캐스트에서 이원준 감독의 최신 단편 영화 작품 <일편단심 (一片丹心)>을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보고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 한 편 관람하셔도 좋을 것 같네요. (☞ 영화 보러 가기)
이원준 감독 공식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off1128
이원준 감독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1128JUN/
이원준 감독 트위터 https://twitter.com/off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