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기업의 비결, 오늘은 우리나라에서도 두터운 회원층을 확보하고 있는 세계적인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의 사례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 장시복 기자 | 머니투데이
성공을 거두는 법칙은 의외로 간단하다. 날카롭게 계획하고, 민첩하게 실행하기. 그 중에서도 민첩한 실행력은 기업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덕목이다. 더 싸고,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실행의 날개를 전 세계에 펼치고 있는 코스트코의 성공 비법을 알아본다.
코스트코가 성공에 다가가는 비법
유통업계에서도 온라인·모바일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이제 안방에 누워서 원하는 물건을 클릭 한 번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시대다. 일각에선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는 미래에는 유통매장의 존재 의미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통적 오프라인 유통시스템을 기반으로 날로 승승장구하는 글로벌 업체가 있다. 바로 세계 최대의 창고형 회원제 할인점 ‘코스트코 홀세일’ (Costco Wholesale/이하 코스트코)이다.
1983년 미국 시애틀에서 첫 매장을 연 코스트코는 미국 기업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인 6년 만에 매출 30억 달러를 달성했으며, 현재 미국 2위의 소매업체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회비를 낸 회원 수만 약 7,000만 명이 넘는다. 남북한을 합친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외형만 큰 게 아니다. 지난 2014년, 미국 미국고객만족감지수(ACSI)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며 내실도 갖췄다.
‘온라인 강국’인 한국에서도 코스트코의 인기는 뜨겁다. 주말이면 주차하는 데만도 1시간이 넘을 정도로 늘 북적인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이마트 등 국내 토종 유통사에 밀려 나가떨어졌지만, 코스트코만은 예외였다. 서울 양재점은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 중 매출 1위에 오를 정도다. 짙은 회색빛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창고 같은 다소 불편한 쇼핑 공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비결은 무엇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실행력 때문이다. 역발상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도 적용되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적극 실행에 옮기면서 성공에 다가갔기 때문이다.
집요한 실행력으로 고객 만족의 접점을 지키다
혹자는 우스갯소리로 “코스트코에 가면 ‘미국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그만큼 미국 뉴욕에 있는 매장이나 한국 대전에 있는 매장이나 동일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화를 외친 것과 달리 코스트코는 전 세계에 언제나 같은 원칙과 기준을 내보인다. 그리고 실행에 나선다. 한 소비자는 “굳이 해외 사이트에서 ‘직구’를 하지 않더라도 다른 국내 매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희소성 있는 외국산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매력도 있다”고 말한다.
대학생 시절 할인점 아르바이트생으로 시작해 47세 늦은 나이에 코스트코를 창업한 짐 시네갈(Jim Sinegal)은 현장에서 그 성공 비결을 체화해 갔다. “누구보다도 더 싸고,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파는 게 유통사업의 기본”이라는 경영 철학을 갖고서다. 시네갈은 코스트코 창업 초기 때부터 무조건 ‘최고 마진율 15%’의 원칙을 지켜왔다. 우리나라 표현으로 하면 ‘박리다매(薄利多賣, 이익을 적게 보고 많이 파는 것)’다. 높은 이윤 대신 빠른 회전율을 택한 셈이다. 경쟁 대형할인점들의 마진율이 25~35%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마진의 유혹을 떨쳐 버리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회사가 적정 수준의 이윤을 얻고, 고객도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접점이 ‘15%’라는 게 시네갈의 생각이다.
유통업계의 고정관념을 깨다
낮은 마진에 맞추기 위해 코스트코는 품목마다 최고의 제품을 선별한 뒤, 구매 단위를 크게 해 단가를 낮추는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다.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일반 대형할인점 월마트의 취급 품목이 14만개인데 비해 코스트코는 4,000여개 밖에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마진 정책은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오히려 더 빛을 발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소비자 심리가 위축되니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는 신념으로 행동에 나섰고 고객들의 호응으로 오히려 코스트코는 매년 10% 안팎씩 신장했다.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대신 회원비(한국 연간 개인회비 3만 5,000원)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간다. 이 과정에서도 특유의 ‘1국가 1신용카드’ 방식을 세계 어디서든 적용한다. 1개의 카드만 써야하는 것은 다소 불편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고객을 향한 배려가 담겨있다. 카드사끼리 경쟁을 하면 할수록 수수료율이 더 낮아져 고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서다. 코스트코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광고도 거의 하지 않는다. 입소문만으로 성공한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가격 정책 못지않게 코스트코가 철저하게 지키는 사안이 또 있다. 바로 환불이다. 소비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100% 환불해 준다. 무조건이다. 되레 이런 강력한 환불 정책을 악용하는 일부 블랙컨슈머가 종종 나와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렇다 보니 회원멤버십의 갱신율이 90%에 이를 수밖에 없다.
코스트코가 고객들에게만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도 왕이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장기적으로 생산성에 더 도움이 된다는 신념에서다. “직원들의 인건비를 쥐어짜고 슬슬 가격을 올려야 이익이 남을 수 있다”는 유통업계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버린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어려울 때도 해고 없이 ‘직원 우선주의’ 원칙이 지켜졌다. 이렇다보니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코스트코의 지속 성장, 장기 성장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이런 실행력을 통해 시애틀의 한 작은 마트는 어느새 세계 유통시장을 장악하게 됐다. 이런 실행력의 힘은 비단 유통소매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업종과 분야를 떠나 어느 기업에나 되새겨볼 일이다.
예전에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광고카피가 유행했던 적이 있지요? 이처럼남들의 의지와는 반대 방향으로 도전하는 사람을 ‘콘트래리언(Contrarian)’, 이른바 ‘역발상가들’이라고 하는데요. 코스트코 성공 비결은 바로 이 콘트래리언전략 덕분이 아닐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