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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로 표현하는 예술세계 – 그래픽 디자이너 채병록님과의 인터뷰

전시회 포스터나 신문 잡지 등의 광고, 카달로그, 책 표지 등 우리의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그래픽 디자인(Graphic Design). 최근에는 인쇄물뿐만 아니라 TV 광고나 애니메이션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인은 타고난 디자인 감각은 물론, 자신의 작업물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세계관 또한 중요한데요.

오늘은 독특한 발상과 개성있는 표현으로 자신만의 디자인 영역을 구축하고 내공을 다져온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cbr graphic’ 스튜디오 운영자인 채병록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채병록님과의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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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언제부터 미술을 시작하셨는지, 그 중에서도 그래픽 디자인을 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버지가 건축 관련 전공이셨는데, 자연스레 그 영향을 받아 처음엔 공대에 진학했었어요. 하지만 저는 예전부터 해외에서 상징화 되어있는 그래픽을 모아서 방문에 붙여놓는 등 그래픽과 디자인에 더 관심이 많았죠. 결국 꿈이란 것은 돌고 돌아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더라고요. 늦깎이 미대생으로 입학하게 되었고, 우연찮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 타이포그래픽(Typographic, 글자가 메인으로 이루어진 디자인) 위주의 편집 디자인에 발을 들이게 되었죠.

처음에는 미술을 제대로 배우지 않아서 그런지 주위로부터 ‘어설프다’, 혹은 ‘너는 고집이 센 아이구나’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러한 단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저에게는 최대의 과제였고, 그것을 풀기 위한 고민을 하다 지금의 표현으로 이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계사년(2013년), 뱀의 형상을 '복(福)’으로 문자화 한 포스터(좌)와  전통 사탕인 옥춘당을타이포그래피화하여‘축’을 표현한 포스터(우)
계사년(2013년), 뱀의 형상을 ‘복(福)’으로 문자화 한 포스터(좌)와
전통 사탕인 옥춘당을 타이포그래피화하여 ‘축’을 표현한 포스터(우)

Q.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그래픽 디자인 공부를 하셨는데, 일본 유학은 어떤 계기로 가시게 된 것인지요?

하고 싶었던 일을 막상 실제로 접하니, 어렵고 부족한 부분이 많았어요. 열정만으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많이 느꼈죠. 특히 그 당시는 우리나라가 점차 서구화되어가는 과정이었거든요. 그래서 나도 이 흐름에 동참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나만의 독창적이고 동아시아적인 관점에서 무언가를 개척해 나갈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은 후자를 택해 일본으로 떠났고, 그곳에서 제가 추구했던 동아시아적인 관점을 가진 선생님을 만났어요. 그 분을 통해 지금까지 쌓아온 과정의 미약한 부분과 진정 제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해답을 찾았던 것 같아요.

▲ 일본 유학 시절의 스승님과 채병록 디자이너
일본 유학 시절의 스승님과 채병록 디자이너

Q. ‘그래픽 디자인’이란 단순히 시각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시대와 세대를 표상하는 하나의 창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작가님에게 그래픽 디자인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 작업인가요?

디자인이라는 학문은 수학처럼 이론이 성립되고 정형화된 공식 안에서 흘러가는 것이 아니에요. 옛날에 붓으로 글씨를 쓰던 것을 현재는 컴퓨터로 타이핑하는 것처럼, 그 시대의 패러다임에 따라 계속적으로 바뀌고 있지요. 때문에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또 패러다임의 한 부분을 캐치하는 능력과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즉 시각 언어로서 표현하는 능력이 없으면 금방 도태되더라고요. 그래서 저에게 그래픽 디자인이란 원론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을 새롭게 바꿔 나가는 과정이지 않나 싶습니다.

Q. 일본 특유의 색채와 디테일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계신데요. 작가님의 작품이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하고 있는 작업들이 어떻게 보면 일본 버블경제 시대에 가장 성했던 스타 플레이어, 즉 거장들이 했던 방식들을 의도치 않게 모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통해 옛 분들에게는 잊혀진 추억 속의 것들을 다시 보여주고, 요즘 사람들한테는 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신선함이 잘 어필이 되어 좋은 평가를 해주시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 동양적인 미학이 돋보이는 채병록 디자이너의 작품들
동양적인 미학이 돋보이는 채병록 디자이너의 작품들

Q. 작업을 하실 때 어떤 것에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합니다. 

그래픽이라는 것은 평면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평면으로만 접근하면 한계가 있어서 다양한 각도에서 봤을 때 달라지는 표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런 면에서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들어가 있고, 전통이 접목되어 있는 ‘공예’라는 것이 가장 큰 모티베이션(motivation)을 주지 않나 싶어요.

Q. 디자인 관련 전공자, 혹은 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꾸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일반적인 생각으로 일반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이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라면 A라는 오브젝트를 보고 A가 아닌 전혀 다른 무언가를 생각해낼 수 있어야 해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툴과 여러 가지 복합적인 것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주느냐 입니다. 결국에 디자인이란 새로운 A를 뽑아내는 과정인 것이죠.

‘생각할 수 있으면 표현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어요. 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꾼다면 생각하는 능력, 그리고 그 생각을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고 표현해내는 능력을 기르시길 바랍니다.

▲ 면의 생성 과정과 형태를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한 작품(좌)과  동양적인 미의식 관점에서 붓을 그래픽적으로 표현한 작품(우)
면의 생성 과정과 형태를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한 작품(좌)과
동양적인 미의식 관점에서 붓을 그래픽적으로 표현한 작품(우)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시대가 변하고 매체가 발달함에 따라, 자연스레 디자인에 대한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습니다. 이 흐름에 맞춰 다음에는 평면적인 2D 포스터가 아닌 움직이는 3D 포스터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아울러 내년 1월 6일까지 삼원페이퍼갤러리에서 저의 개인 포스터 전시가 열리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Q. 마지막으로 대중들에게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저에게 그래픽 디자인이란 자유롭게 쓰고 그릴 수 있는 한 권의 낙서장과 같습니다. 하지만 저의 작업물을 통해 ‘낙서가 이렇게 진지할 수도 있구나’를 보여주고 싶어요. 그것이 저만의 색으로 굳어지면서 끊임없이 기름칠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라고 알아주시면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생각할 수 있으면 표현할 수 있다’는 말처럼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온전히 본인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채병록 디자이너. 자신만의 색깔로 그래픽 디자인의 다양성을 제시하고 있는 채병록 디자이너의 앞날이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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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LG디스플레이와 무관한 외부 전문가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사진: 채병록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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