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분야, ‘미디어 아트’라는 말은 이제 제법 입에 잘 달라붙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고 백남준 작가님을 시작으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미디어아트. 그런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미디어 아트의 형태인 TV를 통해 영상을 비추는 포멧을 넘어 LED 자체로 빛을 표현하는 예술가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진시영 작가.
그는 테크놀로지의 활용으로 새롭게 예술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빛과 자신은 필연적이라며, 끊임없이 새로움과 창의를 탐구하는 진시영 작가를 만나보았습니다. 여러분도 같이 만나보시죠.
진시영 작가님과의 INTERVIEW
안녕하세요! 작가님은 어떻게 ‘미디어 아트’를 하시게 된 건가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원래 서양화를 전공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계기가 있었어요. 95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세계적인 미디어 작가들이 왔었는데 제가 그때 설치 도우미를 했었거든요. 그림은 한 점도 없고, 수증기가 나오는 설치물들이 가득한데, 그때 ‘아트에는 이런 장르도 있을 수 있구나~’하면서 충격을 받았었죠.
그때만 해도 생소했던 예술이었군요. 현재는 미디어 아트를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죠?
네, 제가 처음 시도할 때만 해도 수업을 받을 곳이 없어 뉴욕 아트 컬리지로 공부하러 갔었던 거거든요. 최근에는 국내에도 학과도 많아지고, 대학교 1학년 학생들도 미디어를 필수 과목으로 배울 만큼 미디어 학문의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한편 지금 초등학생들을 보면 신기해요. 어떤 기기를 가져다줘도 바로바로 원하는 것을 찾아갈 정도로 IT기기 활용에 능숙하더라고요. 이런 것들을 보면 차후에 미디어 아트 쪽에 더욱 유망한 작가들이 많이 탄생할 것 같습니다. 하하.
거래가 진행되는 아트 페어 쪽에서는 반응이 어떤가요?
무척 신선해 하시죠. 그래도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느낌이에요. 최근에는 일반 콜렉터들도 그림을 자신의 미적 취향으로 혹은 투자품으로 보고 많이 구매하시잖아요? 그러나 미디어 아트를 보고는 ‘이거 우리 집에 가져다 놓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비교적 적은 것 같아요. 자신의 집에도 TV가 있는데 예술적인 영상을 틀었다고 가격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느냐 묻는 거죠. 이해와 접점의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아요.
LED를 소재로 작품을 만드시더라고요.
네, 작가들이 좀 엉뚱하잖아요? 상상력도 뛰어나고. 사실 미디어 아트는 보통 TV에 자기 작품을 USB에 담아 틀었던 것이 일반적이에요. 그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TV는 네모여야 하고 평면이어야 하지?’ 이 평면 TV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을까’ 하고요. 물론 그때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나오고 있는 시점이었지만, 고가라 엄두가 안 났죠.
그러다가 LED의 픽셀 개념을 알게 된 거예요. LED를 점이라고 생각하면 그 점들을 모아 원을 만들거나, 구체를 형상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쨌든 모든 선, 그림, 물체들의 시작은 점이니까요.
▲ 진시영 <Wave> LED Display(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2012 대담미술관
와, 그렇군요. 실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있었죠. 국내에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일일이 점자 LED 회사들을 쫓아다니며 ‘가능하냐’를 물으며 다녔어요. 다 가능하다고는 했는데 비용이 문제였죠. 개인적으로 하기엔 비용이 어마어마했거든요. 그래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다른 프로젝트에서 목돈이 생겼었어요. 바로 진행했죠. 사실 그 프로젝트는 기업이랑 같이 해도 어려운 일인데 개인 작가가 이렇게 했다고 하니 미술계에서는 좀 이슈였어요. ‘조각가들이 흙이나 철, 이런 걸로 물체를 형상화하는데 미디어아트 작가들도 이런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진시영 <Flow> 2011
작가님에게 ‘빛’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인가요?
아무래도 작가다 보니 디스플레이에 표현된 독특한 컬러를 봤을 때 전율을 느낀다거나 LED 색깔이 화려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흥분이 돼요. 빛과 저는 음.. 필연이라고 할까요? 에피소드를 들려드릴게요. LED로 작품을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서울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때였어요. 식당에서 국밥을 먹고 있는데 뉴스에서 광주 시장이 ‘광주시를 빛의 도시, LED 첨단 지구’로 만들겠다라는 선언을 하더라고요. 그때 놀라서 수저를 떨어뜨렸죠. 하하.
우리나라 근대 회화에 큰 획을 그으신, 인상주의 회화를 우리나라에 안착하신 작가인 오지호 화가도 광주에서 작업하셨었다고 해요. 미술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빛의 회화는 광주와 굉장히 연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래서 광주에서 빛의 도시를 만들려고 한 걸까요?
그렇겠지요. 그리고 제 이름, 진시영을 한자로 풀어보면 비롯할 시 始, 밝은 영 瑩 입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꾸만 접점이 생기더라고요. 하하.
▲ 진시영 <Art Car> Bar LED Display, 2013
아트카 같은 작품을 보면 기업과도 협업한 프로젝트도 하시더라고요.
네, 아트카는 아트 페어에 참여 초대를 받아 진행했던 프로젝트입니다. 그때 LED도 쓰고, 자동차를 랩핑해 유리창과 부스에 영상을 틀기도 했었죠. 차 자체가 스피드와 관련이 있고, 저도 빛의 스피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둘을 잘 매칭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컸습니다. 관객들도 페어에서 정적인 그림만 보시다가 아트카를 보시고는 많이 재미있어하시더라고요.
그 외에도 기업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가 있나요?
네, 화장품 브랜드와 진행했던 프로젝트도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었어요. 나전칠기 손대현 장인이라는 분과 함께 작업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유투브에서 클릭수가 엄청났죠. 하하. (☞ 영상 보러 가기) 그러고 나서 저도 마케팅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생들과도 그런 얘기 많이 나누고 있고요.
▲ 진시영 <Smart illumination>, 2014
앞으로는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어쨌든 제가 한국인이다 보니 한국적인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올해 계획은 사람에 LED를 접목하는 인터렉티브 미디어 퍼포먼스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선이 도드라지는 한국 무용과 접목을 하려고 해요. 한국 전문 무용수분들의 도움을 받아 LED 옷을 입혀주고, 자체발광하는 LED의 잔상을 표현하는 거죠.. 또한, 가야금과 태평소가 클럽 음악 같은 것에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공간을 360도로 아우르는 사운드를 재현해 객석에 있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싶습니다. 꼭 작가가 개인전을 갤러리에서 하는 게 아니고, 음악가들처럼 몇 날 며칠 몇 시에 공연장에 와야 신작을 볼 수 있는 공연 개념 말이죠. 그 속에서 저는 어떻게 보면 클럽의 VJ 같은 역할이겠네요.
정말 멋질 것 같네요!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진시영 작가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으면 좋겠는지 말씀해주세요.
제 작품 제목 중에 <Flow>가 있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게 정체되어 있지 않고, 흐르며 변하는 것이거든요. 빛이 흐르듯 저의 정신도 계속 멈추지 않고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한쪽에 침몰당하지 않고 사람들이 ‘저 작가 작품은 항상 다음이 궁금하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어요. ‘저 작가는 언제나 신선한 충격을 주는 발칙한 작가다’라고 말이요. 하하.
작가로서의 확고한 가치관이 있어 더욱 멋졌던 진시영 작가님! 앞으로도 아름다운 빛의 잔상을 그려나갈 그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 본 포스팅은 LG디스플레이와 무관한 외부 전문가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진시영 작가 블로그 http://blog.naver.com/jsyartist
진시영 작가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iyon.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