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느새 화이트데이가 돌아왔네요. 누구나 한번쯤은 연인을 향한 고백을 위해 사탕바구니를 준비한 적이 있을 텐데요. ‘똑같은 사탕은 거부’한다며 직접 ‘화이트데이 사탕 만들기’에 도전한 이들이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 TV상품기획팀이 그들인데요. 일도, 사랑도,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젊은 그들의 한때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살림꾼들의 솜씨, 부케 위에서 빛나다
나란히 둘러앉은 11명의 사원들이 연신 사탕과 꽃을 붙잡고 씨름 중입니다. 가게에서 살 때는 어떤 것이 더 예쁜 지, 가격은 얼마 인지만 생각하면 됐는데, 직접 만들자고 작정하니 신경 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사탕에 철사심지를 붙이는 것부터 더 풍성해 보이도록 꽃 가지를 배치하는 일, 사탕봉이 흔들리지 않도록 철사를 묶어 손잡이를 만드는 것까지 쉽게 넘어가는 단계가 하나도 없습니다. “업무보다 더 어렵다”고 앓는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업무를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기에 웃으면서 ‘작품 같은 선물’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팀원중 가장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이는 안경모 대리. “이건 팔아도 되겠다”, “그냥 강사로 나가라”는 칭찬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자기 것도 봐달라며 부케를 내미는 사람까지 나옵니다. 부케라는 것이 사탕과 꽃 가지를 엮은 것이라 여성이 만들기에 유리해 보여도, 철사를 이용하는 단계만큼은 손에 힘이 있는 남성들이 기량을 자랑합니다.
이렇게 자타 공인 ‘베스트 부케’ 를 만든 안정모 대리는 최근 둘째 아이를 얻어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육아를 돕기 위해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가기 바쁜 그를 동료들은 ‘공처가’라고 놀리기도 하는데요. 오늘 만든 부케 역시 “꽃다발을 받으면 아직도 기뻐하는 소녀 감성의 아내”를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서랍 속에 보관해뒀다가 화이트데이에 깜짝 이벤트를 벌이겠다는 이현진 과장과 모양이 잡히지 않는 리본을 여러 번 고쳐 매며, 좀 더 예쁜 부케를 만들려는 인세진 과장까지, TV상품기획팀의 ‘애처가’들은 고군분투 중이었습니다.
TV상품기획팀, 달콤한 분위기의 비밀은?
TV상품기획팀은 영업기획을 세워서 전략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이에 필요한 영업활동을 지원, 관리하는 업무를 합니다. 팀원들은 스스로를 “살림꾼 같은 역할을 하는 팀”이라고 정의했는데요. 이와 함께 TV상품기획팀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있으니, 그건 바로 ‘젊음’이라는 단어입니다.
“총 인원이 36명이나 되는, 사내에서도 제법 큰 팀입니다. 그런데도 젊은 사원이 많아서 그런지 공룡처럼 비대하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오히려 팀 전체적으로 사고가 유연하고 행동이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팀원중 가장 연장자인 김인태 차장은 TV상품기획팀은 업무를 할 때도 지금처럼 유쾌한 분위기라고 말합니다. 또한 이런 분위기가 각자 맡은 다양한 업무를 역동적으로 운영해나는 비결이라고 하는데요. 팀의 손발이 되어 움직이는 젊은 사원들은, 회사가 만들어놓은 다양한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쫀득한 팀워크를 다지는데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차윤경 대리는 “이런 자리에서 업무하며 나누지 못한 속 깊은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저희 팀은 시간되는 사람이나 관심 있는 사람끼리 모여 크고 작은 봉사활동을 해왔어요. 아이들을 가르치고 체육대회에도 참여하다보니 사무실에서 못 봤던 새로운 모습도 보게 되더라구요.” 남편에게 줄 사탕 부케의 모양을 잡아가면서도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라 점점 더 각별해지는 것 같다”며 ‘또 하나의 가족인 팀 자랑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 남자들의 사랑법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자, 팀원들의 손마다 조금씩 다른 모양의 부케가 쥐어졌습니다. 자신의 것과 다른 이의 것을 비교해가며 농담 섞인 품평을 하는 시간. 격의 없는 품평과 함께 반드시 이어지는 건 “그래서 이거, 누구한테 줄거야?”라는 질문입니다.
아마도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은 이들은 팀의 ‘총각 3인방’이라 불리는 김태성, 강한솔, 김종훈 사원일 겁니다. 이미 사귄 지 3년 된 여자친구가 있는 강한솔 사원은 “이번에도 예고 없는 이벤트로 여자친구를 놀라게 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반면, 시종일관 “여자친구가 없다”고 말했던 김태성 사원은 “줄 사람이 있다” “할머니에게 드리겠다”로 자꾸 말을 바꾸는 바람에 “분명히 썸 타는 사람이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습니다.
한편, 작년에만 해도 솔로였다가 ‘지금은 연애중’으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종훈 사원은 대답 한마디 한마디가 신중합니다. “사랑이란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진솔하게 행동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했다가 ‘닭살 돋는다’는 주변의 놀림을 사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꿋꿋하게 “화이트데이 같은 날을 잘 챙기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연인이 좋아할 것 같아서 만들어봤다”고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숨길 수 없는 사랑, 이것이 바로 화이트데이가 매해 돌아와야 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네요.
변함없이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도 가끔 고백과 선물이 필요하듯이, 바쁘게 돌아가는 업무 중에도 잠깐이나마 활력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늘 ‘화이트데이 사탕만들기’를 위해 잠깐 짬을 낸 TV상품기획팀처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나누는 사탕 하나가 우리의 일상을 훨씬 더 달콤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사진 출처: Magazine GOO:D/ 권현정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