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고객가치] Ep.7
“개발자만 개발하는 시대는 갔죠” 비개발자가 AI로 만든 솔루션,
‘LG 프롬프톤’ 대상을 거머쥐다.

초거대 AI가 모든 산업과 일상을 재편하는 'AI 드리븐(Driven) 시대'가 도래했다.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 도구를 넘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동력이 되었다.

LG디스플레이는 데이터와 AI 기반의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며 AX(AI Transformation) 혁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모든 구성원이 스스로 업무 문제를 정의하고 AI를 활용해 해결하는 문화를 조성해나가고 있고, 특히AI 기술이 현업으로 깊숙이 침투하면서 전문 개발자 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에 의한 '전사적 혁신'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반복 업무 자동화를 넘어서 창의적 업무 영역까지 AI의 영향력을 확장시키며,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AX의 실질적인 기반이 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Global 인재개발팀 최원석 님과 전문역량개발팀 방인영 님. 두 사람은 모두 ‘개발자’가 아니다. 주업무는 임직원 성장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그럼에도 이들은 개발자 중심의 무대인 ‘LG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 2025’ 프롬프톤(Prompt-thon) 대회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했다.

생성형 AI 기술을 십분 활용해 ‘비개발자’의 시선으로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직접 만들어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성장 잠재력을 가진 구성원에게 효과적인 교육을 적시에 제공하는 것,
HRD가 만드는 고객가치

최원석 님은 해외 법인 주재원과 현지 채용 구성원의 성장과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고객’은 명확하다.

“해외 법인 주재원과 현지 채용 구성원들이 저희 고객입니다. 현지에 최적화된 해외법인 조직역량 강화를 통해 이들이 본사와 현지 사이에서 언어·문화적 마찰 없이 소통하고, 안정적으로 생산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방인영 님은 전 사원을 대상으로 전문 역량과 교육을 기획·운영하는 전문역량개발팀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생성형 AI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제가 생각하는 고객은 성장 의지와 잠재력을 가진 사내 구성원들이에요. HRD의 일은 좋은 인재를 뽑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이미 뽑힌 인재가 최대로 성장할 수 있게 제때, 효과적인 교육을 제공해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성형 AI나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좋은 교육을 통해 구성원들이 회사와 조직에 더 빨리 기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제가 만드는 고객가치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의 ‘고객’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구성원들의 실제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이번 대회의 출발점이 됐다.

“한 문장이라도 진심을 전할 수 있게”
베트남 주재원의 가장 큰 고민,
‘언어 장벽’에서 시작된 아이디어 – 주비엣(JuViet)

Global 인재개발팀에서는 그동안 해외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여러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특히 베트남 법인 주재원들은 한결같이 ‘언어 장벽’을 가장 큰 불편사항으로 꼽았다.

 “베트남어는 성조가 여섯 개나 있고 발음이 굉장히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배우려다 포기한 분이 10명 중 9명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어요. 실제 설문에서도 업무상 불편사항 1~2순위가 항상 언어 문제였고요.”

물론 통역이나 AI 번역 툴로 업무상 중요한 대화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관계와 신뢰를 쌓는 ‘한마디’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었다.

 “업무의 핵심적인 부분은 통역이나 AI가 도와줄 수 있지만, 회의 끝나고 나서 ‘오늘 고생 많았어요’, ‘밥은 드셨어요?’ 같은 한마디는 주재원이 직접 현지 언어로 건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정감 관리와 조직 문화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고 보거든요.”

이 고민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베트남 주재원을 위한 언어 학습 앱, ‘주비엣(JuViet)’이다. 이름처럼 ‘주(駐)재원이 매주(週) 베트남어(Viet)를 학습한다’는 콘셉트를 담고 있다.

주비엣은 기존의 언어 학습 앱과 다르게, 유창한 회화 실력 향상이 목표가 아니다.
대신, 주재원들이 정말 현장에서 쓰게 될 단 한 문장에 집중한다. 특히, 노래 기능은 실제 주재원 인터뷰에서 나온 에피소드에서 시작됐다.

 “어떤 주재원 분이 베트남 현지 직원들과 함께 한 팀워크 행사에서 베트남어 노래를 연습해서 불러줬더니 그 직원이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우리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주는 마음’이 크게 와닿았던 거죠. 그 이야기를 듣고, 아 이건 반드시 앱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주비엣은 이렇게 ‘관계의 언어’를 학습하는 장치다. 바쁜 주재원이 복잡한 문법과 회화를 공부하는 대신, “한 주에 한 문장이라도 진심을 담아 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 앱이 지향하는 고객가치다.

“우리는 코드를 짠 게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정의했습니다”
비개발자의 도전, 바이브 코딩으로 길을 찾다

프롬프톤 대회 현장은 말 그대로 개발자들의 축제다. 150명이 넘는 개발자들이 노트북을 펴고, 화면 가득 코드 에디터를 띄운 채 파이썬, 에이전트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처음엔 솔직히 위압감이 컸어요. 저희는 ‘AI를 활용해서 뭘 만들지?’ 고민하고 있을 때, 저희 주변 팀들은 ‘AI 자체를 만드는 얘기’를 하고 있었거든요. 예선 통과나 할 수 있을까 싶었죠.”

두 사람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코드를 짠 것이 아니라,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을 활용했다. 일종의 프롬프트 기반 개발 방식으로, “이런 구조의 앱을 만들어줘”라고 요구 사항을 상세히 입력하면 화면(UI), 데이터베이스, 서버 구조까지 AI가 자동으로 코딩을 해 주는 도구다.

 ‘말로 하니까 다 해 주는 툴인가 보다’ 싶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어떤 구조로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기능이 필요하고 어떤 흐름이 좋은지에 대한 설계는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하고, 거기에 맞는 프롬프트를 얼마나 잘 주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인데 코딩을 전혀 몰랐던 방인영 선임에게 이 시간은 ‘압축 성장기’였다.

 처음에는 툴 접속하는 방법, UI가 어떻게 구성되는지조차 몰랐어요. 하나하나 버튼을 눌러보고, 오류가 나면 팀원들과 같이 찾아보고, 그러면서 프롬프트를 어떻게 써야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지를 몸으로 배웠던 것 같아요. 2~3주 동안 정말 많이 성장했고, 지금은 간단한 코드 수정 정도는 직접 할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최종 결과물은 심사위원들도 놀랄 정도였다.

 “심사위원 첫 질문이 ‘이걸 정말 2주 만에 만든 게 맞냐’였어요. 실제 시중 앱처럼 화면 구성, 색감, 인터페이스가 꽤 완성도가 높거든요. 과거 방식이었다면 몇 달, 수천만 원 이상 들어야 했을 결과물을 AI의 도움으로 2~3주 만에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시대가 정말 바뀌었구나를 실감했습니다.” 그렇게 비개발자인 그들은 쟁쟁한 개발자들을 사이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1인치의 장벽’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AI 세상’으로 발을 딛다

두 사람은 이번 대회의 경쟁력 포인트를 ‘기술’이 아닌 ‘고객에 대한 집요한 이해에서 찾는다. 앱을 바로 만들기보다, ‘주재원들이 베트남에서 실제로 겪는 어려움이 뭔지’, ‘정말 일상에서 쓰게 될 문장이 뭔지’를 먼저 깊이 파고들었다. 인터뷰도 여러 차례 진행했고, 귀임한 주재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어떤 기능이 있으면 좋을지 계속 고민했다. 고객의 페인 포인트에 집중했고, 구현은 AI와 바이브 코딩에 맡긴 셈이다.

방인영 님은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을 인용하며, 이번 경험을 이렇게 정리한다.

 “봉준호 감독님이 ‘1인치 자막의 장벽만 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잖아요. 저에게 생성형 AI가 바로 그 ‘1인치의 장벽’이었어요.
그 장벽을 넘기 전에는 반복적인 업무도 많고, 놓치는 것도 많았는데 막상 한 번 넘어보니, 자동화도 훨씬 쉽고 업무 효율도 크게 올라갔습니다. 이 ‘1인치’만 용기 내서 넘으면, 누구나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HRD에서 시작된 작은 실험, 조직 전체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다

이번 프롬프톤 대상은 “비개발자도 직접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방인영 님은 현재 진행 중인 전 사원 대상 생성형 AI 교육에도 이번 경험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PPT로만 제공하던 교육 자료를, 이번에 익힌 기술을 활용해 인터랙티브 HTML 형식으로 전환했다.

 “교육생이 버튼을 누르면 예시가 나오고, 마우스를 올리면 설명이 떠오르는 식으로 상호작용하는 자료로 바꿨어요. 제작 시간도 줄었고, 무엇보다 임직원들이 받는 임팩트가 훨씬 커졌습니다. 문과 출신이 HTML 코드까지 보고 수정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웃음)”

최원석 님 역시 이번 사례가 LG디스플레이 전사 AI 문화에도 하나의 참고점이 되길 바라고 있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모든 구성원이 아이디어로 혁신을 만드는 구조’로 점점 바뀔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개발자도 AI와 함께라면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가 되길 바랍니다.”

“AI 시대, 두려움보다는 작은 깃발부터 꽂아보세요”

“여전히 AI를 ‘어렵고,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느끼는 비개발자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최원석 님은 ‘작은 깃발’이라는 표현으로 답을 대신했다.

 “AI 시대는 이미 기정사실입니다. 이제는 ‘배울까 말까’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배워서 작은 깃발이라도 먼저 꽂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안 되는 이유를 찾자면 백 가지도 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시도하는 사람이 결국 먼저 깃발을 세우게 됩니다. 저희 팀이 비개발자라는 한계를 넘어서 프롬프톤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던 경험이 많은 분들에게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를 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정말 개발자만 개발하는 시대는 아닌 것 같아요.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는 자신만의 솔루션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은 오늘도 AI를 도구로 삼아, LG디스플레이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고객가치의 현장을 한 뼘씩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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